잔소리 고양이
모자쿠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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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곰돌군들을 낳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잔소리를 듣는다. 누구에게? 친정엄마에게! 결혼하기 전에도 이리 엄마의 잔소리가 심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지만, 지금처럼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저질체력이라 아이 둘 돌보는 것을 힘겨워하는 나를 위해 엄마가 집에 자주 오시는 편인데 오실 때마다 잔소리가, 이건 뭐, 와! 처음에는 '나도 이제 결혼도 했고, 아이 둘 엄마인데 잔소리 좀 그만해!' 하며 투닥투닥 다투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 혹은 '또 시작이네' 하며 그냥 웃지요. 하하! 그런데 이런 잔소리를 엄마가 아닌,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해준다면 어떤 느낌일까. 짜증이나 화가 나지 않고 너무 귀여워서 계속 듣고 있고 싶을 것만 같은 기분!

 

2018년 1월, 트위터에 '잔소리 고양이'라는 계정을 개설, '집사'에게 애정 가득한 잔소리를 쏟아내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작품이 업로드 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모자쿠키, 필명에 별 의미는 없단다. 이 계정은 한 달 만에 10만 팔로어를 모았고, 게시글마다 수천 건의 리트윗과 수만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으며 단숨에 25만 팔로어를 달성한다. 하필 '잔소리' 고양이라니,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이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걸까.

읽다보면 음성이 지원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혹시 또 간식?! 이번에는 꼭 살 뺀다고 하지 않았어?! 적당히 좀 먹지? 간식은 금물이야! 살을 빼고 싶으면 조금은 참아보라구! 또 스마트폰 보네! 어차피 게임하지!! 어?뭐? 총알이 남아? 머시기 타임? 이벤트 시작? 뭐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스마트폰 게임만 하지 말고 눈앞의 일도 잘 봐야지!! 비싼 다이어리 사고는 벌써 안 쓰는 거야?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의지를 불태우더니 근육 운동은 어떻게 된 거야! 해보겠다고 말한 것 중에 하나 정도는 끝을 봐야 하지 않아? 등등의 잔소리! 으악!

귀여운 고양이의 끝없는 잔소리가 이어지는데, 이게 또 사람에게 듣는 것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간다는 요즘. 어쩌면 사람들은 이런 잔소리가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부모님에게 들을 때는 '아이 귀찮아! 또 잔소리야!' 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누군가에게 걱정 어린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희망. 그런 마음들이 모여 이 만화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애정 가득한 잔소리가 그리우신 분! 여기 모이세요! 잔소리 고양이가 잔소리 폭격을 날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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