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주년 특별판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기억상실증에 걸린 퇴역 탐정인 기 롤랑이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사실 '기 롤랑'이라는 이름도 그의 실제 이름이 아니고, 그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그의 과거를 추적해달라고 일을 맡긴 탐정 위트가 지어준 이름이다. 지금부터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현재와 미래만을 생각하며 자신과 함께 일해달라는 부탁을 한 위트. 그와 함께 한 지 10년이 되었고, 기 롤랑이 기억을 잃은 지도 10년이 되었다. 위트가 탐정사무소를 정리하고 떠나면서 기 롤랑의 기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자신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므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되뇌이는 기 롤랑의 독백이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그가 과거의 한 조각을 붙잡기 위해 성큼 움직인다.
조금 아는 남자인 폴 소나쉬체에게서 '당신은 어느 시기엔가 내가 자주 만나곤 했던 어떤 사람의 측근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라는 말을 듣고 그와 식사 약속을 잡은 기 롤랑. 소나쉬체가 그를 데려간 곳은 장 외르퇴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외르퇴르로부터 기 롤랑이 스티오파 드 자그리에프와 함께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그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사망한 장례식장 앞에서 스티오파를 기다린다. 결국 스티오파와 만나 그로부터 자신과 닮았다고 여겨지는 남자가 찍힌 사진을 건네받았다. 사진에는 자신과 닮았다고 여겨지는 남자 외에도 게이 오를로프라는 여자도 찍혀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녀의 전남편과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또 그녀와 연결된 프레디 하워드 드 뤼즈와 알게 되고, 그의 자취를 찾아간 곳에서 그는 마침내 과거의 자신이라 여겨지는 한 남자의 상(像)과 조우한다. 드니즈라는 여자의 그림자와 함께.
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아마도 기 롤랑은 도미니카 대사관의 직원으로 일했으리라 추측된다. 드니즈와 함께 국격을 넘기 위한 시도를 계획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는 함정에 빠졌고, 드니즈를 잃었고, 그 혼자 다시 지금 있는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심한다. 하나 남은 주소, 로마 가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 찾아가자고. 그 곳에서 그는 완전한 자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작품이 이리 알쏭달쏭 끝을 맺기에 그가 기억을 되찾는지, 되찾는다 해도 전부인지 아니면 일부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