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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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중인 빅 엔젤의 생일을 앞두고 그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마마 아메리카. 그녀는 빅 엔젤의 생일 일주일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빅 엔젤이 자신의 생일과 엄마의 장례식을 묶어버렸다. 마마 아메리카를 화장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하나 둘 모여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을, 빅 엔젤의 생일을 축하할 준비를 하는 가족들. 얼마 남지 않은 생 앞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빅 엔젤에게 죽음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오직 회한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가족 일에 미련이 남을 뿐. 그래도 그는 내색할 수 없다. 그는 이 대가족의 가장, 아부지!였으니까. 그의 생의 마지막 토요일을 기점으로 엔젤 집안의 가족사와 비밀 , 모략, 암투(?)가 생생하게 벌어진다. 빅 엔젤의 숨이 꼴까닥 꼴까닥 하기 직전임에도!

작가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으로 펜포크너상, 에드거상, 라난 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로, 그의 장편소설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 쓴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암 선고를 받은 70세 노인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둘러싼 대가족의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제멋대로에 감이 안 잡힌다. 엄청나게 유쾌하다”라는 뉴욕타임스의 평가처럼, 도대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을 읽다보면 이것이 과연 가장이 죽음을 앞둔 집안의 모습이란 말인가, 의심을 품게 된다. 막 던지는 말들, 스스럼없는 행동들. 어쩌면 이것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를 다시 떠나보내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이들의 방어같은 것이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애증의 관계 속에서 영원히 끊고 살 수 없는 사람들.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하는만큼 미움이 배는 깊어질 수 있는 사이. 빅 엔젤의 가족들이 간직한 시간들도 그러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도 잘못된 착각이었을 뿐 그 사이에 단단히 얼어있던 빙하는 한 순간에 녹아내리고, 쌓여있던 오해도 단번에 풀어진다. 삶을 바라보았을 때는 내보일 수 없었던 속내가 누군가가 죽음을 앞에 둔 시점에서 스스럼없이 쏟아져나오는 아이러니. 죽음 앞에서는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생동감 넘치는 인물과 재치 있는 문체로 그려낸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읽다보면 정신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미국 중소출판사 무역협회에서 주최하는 리튼하우스상을 수상했으며, “현대의 마크 트웨인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도서 Top 100, 뉴욕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커커스 리뷰 올해의 책, NPR 올해의 책, PBS 올해의 책, 리터러리허브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고, 필립 로스와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영화화한 스콧 스테인도프의 지휘 아래 할리우드 TV 시리즈로 영상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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