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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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페라는 드라마와 음악의 결합인 동시에 무용, 무대미술, 의상 등을 포함한 당대 예술의 총체다'라고 오페라를 정의한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오페라는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속에 이상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예술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까. 아리아는 오페라 안에서 주요 등장인물이 부르는 서정적인 독주성악곡을 의미하는데, 주인공의 감정이 가장 복받치는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노래다. 작곡가나 대본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하게 함축하고 있는 오페라의 꽃.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아리아는 그 오페라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오페라 전체를 대중의 기억에 영원히 남는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여러 오페라를 명화와 연결지어 소개하면서 들릴 듯 들리지 않는 노래를 우리들의 귓가에 흘려보낸다.

 

그 처음이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살리오?'다. 그리스 신화 중 오르페우스 신화를 소재로 한 오페라로, 아폴론 신과 뮤즈의 아들인 그는 리라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숲의 님프 에우리디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열흘 뒤 독사에 물려 그녀는 저승으로 떠나고 만다. 지하세계로 가서 그녀를 데리고 나오려 하지만 신이 내건 조건, 이승에 당도할 때까지는 절대 그녀를 보기 위해 뒤를 돌아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어겨 영원히 그녀를 잃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신화의 결말은 여기까지일텐데, 그 뒷내용이 충격적이다. 사랑하는 에우리디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갖지 못하게 되고 결국 남색에 빠져 동성애의 시조가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결국 그에게 원한을 산 여인들이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오르페우스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제우스가 그의 리라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든 것이 바로 거문고자리라고 한다.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살리오?'는 그가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되는 순간 터져나오는 노래다. 비통함에 울부짖을 것 같지만 소개에 따르면 그리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우아하고 담담하게 슬픔을 노래한다니, 어쩌면 그것이 더 슬프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는 화가 보티첼리의 그림 <봄>과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프라고나르의 <그네>와,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은 저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와 함께 실려 있다. 여러 오페라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오페라는 푸치니의 <나비부인>. 내가 오페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도 이 작품을 통해서였는데, 이 작품은 열 다섯 어린 나이에 미국인 남편을 맞이한 쵸쵸상의 비극적인 생애를 그리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부르는 노래 '어떤 갠 날'은 그 결말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처연하고 애달프다. 결국 미국으로 떠났던 남편이 돌아오지만 그 옆에는 미국인 아내가 당당히 곁을 차지하고 있다. 아들은 맡아준다는 그들 부부의 제안에 힘없이 동의한 쵸쵸상은 수치스럽게 사느니 명예롭게 죽겠다며 결국 자결하고 만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특히 유럽사회에 일본문화에 대해 호의적인 이미지를 선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몇 년 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에 있어 일본이란 나라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이미지라니, 어떤 작품이 처음 불러일으킨 이미지가 이토록 큰 파급력을 가졌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오페라와 명화, 그리고 각각에 담긴 역사와 사연들까지 함께 읽다보면 환상 속 노래가 내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다. 마치 출렁이는 물결처럼 내 마음을 잠식해 들어온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이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 어떤 책보다 깊고 크다는 느낌. 기회가 된다면 책에 소개된 오페라만이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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