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네이스>는 트로이의 장군 아이네이아스의 유랑과 로마 건국을 노래한 대서사시로, 라틴어로 쓰인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단테의 [신곡]에서 그의 길잡이로 등장해 지옥과 연옥의 여행을 도왔던 베르길리우스가 이 <아이네이스>의 저자이며, 그 시작은 트로이 전쟁이다.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의 미의 경쟁이 시발점이 되었는데, 그들은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 결국 누가 이 황금사과를 가질 자격이 되는지 이다 산에서 양을 돌보고 있는 파리스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하는데,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였다. 헤카베가 파리스를 낳았을 때 그녀는 횃불이 트로이를 불태우는 꿈을 꾸었고 신탁에서 파리스가 트로이를 멸망시킬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기를 산에 갖다 버린 것이었다. 그는 기적적으로 양치기에게 발견되어 성장했고 산의 님프 오이노네와 결혼해 아들 코리토스를 낳고 살고 있었다. 파리스는 쾌락을 제시한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를 만나기 위해 하산한다. 이것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인데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고 해야할 지, 아이러니하다고 해야할 지. 결국 여신들의 미의 경쟁 때문에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치르게 되고 결국 트로이는 함락된 것이 아닌가.

 

아이네이아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트로이의 왕족 안키세스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으로 헥토르에 이어 트로이의 2인자였다. 트로이의 백성들이 잔인하게 학살당하던 그 밤, 아이네이아스는 가족을 걱정해 어둠을 뚫고 그의 집까지 당도하지만 이미 그리스 군이 그의 집을 점령한 뒤였다. 아내를 찾기 위해 왕궁으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네이아스 앞에 아내 크레우사가 영혼의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은 데메테르 여신이 붙들고 있으니 눈물 흘리지 말고 어서 이곳을 떠나 새로운 국가를 세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슬픔에 빠진 아이네이아스 앞에 어머니인 아프로디테가 등장해, 트로이의 유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과 함께 떠나 새로운 국가를 세우라며 위로한다. 결국 살아남은 유민들과 아버지, 아들과 함께 트로이를 떠난 아이네이아스. 트리키아를 거쳐 디도 여왕이 다스리는 카르타고에 도착해 그녀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과 결혼해달라는 디도여왕의 요청에 부담을 느끼던 와중 제우스가 보낸 전령 헤르메스의 메시지를 듣고 라티움을 향해 떠난다. 아이네이아스에게 버림받은 디도 여왕은 결국 자결하고 만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영향을 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 안키세스의 환영이 나타나, 라티움에는 아주 어려운 전쟁이 기다리고 있으니 강한 전사들만 데리고 갈 것, 그 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지하세계로 내려가 장차 자신의 백성들의 미래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천국인 엘리시움에서 은총을 받으며 지내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시빌레의 도움으로 저승의 문턱에 도착한 아이네이아스는 생전 알았던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저승을 둘러본 후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나기 위해 엘리시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안키세스는 우주 순환의 법칙, 자신의 아들이 미래에 성취할 영광의 미래를 일일이 보여주고 설명해준다. 이 부분에서는 르네상스 화가인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 <엘리시움>도 만날 수 있다. 다시 라티움으로 돌아온 아이네이아스는 또다시 여러 고난을 넘어 마침내 라비니움의 왕이 되고, 그의 후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 장대한 서사시의 막이 내린다.

 

미래타임즈에서 출간된 <명화로 보는> 시리즈의 도서들이 그러하듯, 역시 명화와 함께 읽은 아이네이아스의 이야기는 한층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아이네이아스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삽입된 신들의 스캔들이나 소소한 일화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런 신화를 읽으면서 예전과는 달리 신들이 무척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아름다운 처녀만 보면 겁탈하는 남신들이나, 누가 아름다운지 선택하게 하면서 자신이 선택받지 못하면 저주를 내리는 여신들이나, 어찌보면 사람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는 모습에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선택의 결과로 발발한 트로이 전쟁에서 고통받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것은 결국 아무 죄 없는 일반 백성들 아니던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이네이아스가 누구인지, 작품 <아이네이스>가 이렇게도 유명한 지, 베르길리우스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트로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굳건히 일어나 유민들을 이끌고 로마를 건설하기까지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아이네이아스가 아킬레우스 같은 인물들보다 훨씬 영웅적이라고 느껴진다. 또 어떤 <명화로 보는> 시리즈가 등장할 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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