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패시지 1~2 - 전2권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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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명으로 이루어진 민간 생태탐사단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여하는 고대의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해 정글 탐험에 나선다. 목적지에 가까워진 그들을 박쥐떼가 습격하고 결국 살아남은 사람은 단 네명 뿐. 그 네 명은 모두 암환자들이었지만 그 일이 있고나서 완치되었을 뿐 아니라 면역체계가 가속화되고 세포재생 속도도 빨라졌다. 그들은 모두 오십 세 이상이었지만 마치 십 대로 되돌아간 것 같은 모습까지 갖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 겨우 86일을 살았다는 것. 정부는 '노아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실험을 계속하고, 그 성공을 군에 투입하기 위해 군 병력까지 이용한다. 홍수로 세상이 멸망할 때 방주를 만들었던 노아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힌트 자체는 바로 노아다. 성경에 950세까지 살았다고 적힌 노아. 정부는 곳곳의 사형수들을 모아 실험체로 사용하고 성범죄 이력이 있는 이들을 감시자로 선별하여 혹시 있을지도 모를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사형수들을 모으는 일의 중심에 FBI 요원 울가스트가 있다.

 

사랑하는 딸 에바를 떠나보내고 아내 라일라와 이혼한 울가스트.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 임무를 맡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던 경험마저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만이 이 임무의 정당성을 이해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죄책감을 갖지 않게 될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데려가야 하는 인물 앞에서 울가스트는 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사람은 이제 여섯 살 된 에이미.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에이미를 낳았고 가난에 허덕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른 후 그녀를 수녀원에 맡기고 도망쳤다. 하지만 비정하게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어쩌면 내가 에이미의 엄마라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은 범죄자고, 같이 있어봤자 에이미에게 하등 도움될 것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수녀원에 맡겨졌고, 레이시 수녀와 동물원에 나들이를 갔지만, 어쩐 일인지 에이미와 마주한 동물들이 급격하게 흥분하기 시작하면서 동물원은 혼란에 빠진다. 그 혼돈의 와중, 에이미를 납치하듯 포획한 울가스트와 그의 동료 도일. 에이미를 이동시키던 중 울가스트는 그녀를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에이미는 실험본부에 도착한다.

 

실험체가 된 사형수들은 모두 열두 명이다. 바이러스를 맞은 이들은 모두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변화한다. 인간이라기보다 차라리 괴물에 가까운 모습. 몸에서는 빛이 났고 날카로운 이빨로 살아있는 동물을 먹어치웠다. 그저 조용히 실험체로 이용되고 있다 생각했던 그들은 어느 밤 프로젝트 제로의 암시에 걸려 문을 개방한 그레이에 의해 탈출하고 살육을 시작한다. 앞으로 재앙이 될 이름 트웰브가 마침내 데뷔한 순간이었다. 울가스트는 마지막까지 에이미를 탈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녀는 핵폭발의 잔해가 쏟아져내리는 마지막 순간 울가스트의 말에 따라 산등성이를 향해 내달린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백년 뒤. 트웰브들에게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바이럴들은 끊임없이 인간을 습격해 피를 빨아먹었다. 새로운 뱀파이어의 탄생. 살아남은 자들로 이루어진 도시 퍼스트 콜로니에 산등성이를 넘어 도망쳤던 에이미가, 도망쳤던 그 밤처럼 달려 장벽으로 접근한다. 문득 나타난 소녀, 난데없이 나타난 자, 천년을 산 최초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자인 에이미다.

 

평소 줄거리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급한 내용은 그저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에이미의 탄생부터 울가스트의 사연,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길고 장대하다. 작품 자체가 그러하다. 이번에 읽은 [패시지]는 1부, 2부와 3부는 아직 출간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오마이갓! 글자는 왜 이리 작고 페이지에 담긴 문장들은 어찌나 빽빽한 지. 이러다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지만 이 방대한 내용을 두 권으로 편집한 출판사에는 독자의 입장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요즘 말도 안 되는 페이지로 출간되는 책들을 하도 많이 봐와서 오히려 이런 책들을 만나면 약간 부담스럽기는 해도 칭찬해주고 싶다.

 

에이미가 퍼스트 콜로니로 귀환한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정대를 꾸려 퍼스트 콜로니를 탈출한 에이미와 그 일행들이 각자 성장해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우정과 사랑을 쌓아나가는 것은, 이런 판타지 성장 소설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양념이 아니던가. 나 또한 그들 원정대의 일원이 되어 마지막까지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 2부가 출간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힘들겠지만, 기다린만큼의 기쁨이 배가 되어 돌아올 것을 알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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