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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평점 :
우연한 계기로 <월간 풍문>에 입사한 주인공. 면접같지 않은 면접에 덜컥 붙어 그날로 기자가 되었다. 이 잡지에서는 이름 그대로 세상에 떠도는 온갖 해괴한 이야기를 다룬다. 귀신, 유령, 흡혈귀, 심령사진, 좀비, 저주, 마술, 도시괴담, 빙의, 환생 등 그야말로 이상하고 무섭고 신기한 것은 다 다룬다고 보면 된다. 존재 자체도 미스터리해서 오직 정기구독으로만 판매되고 발행인조차 베일에 싸여 있던 데다 그 누구도 이 잡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월간 풍문>에 들어간 주인공이 선배 기자 대호와 함께 목련 흉가라 불리는 폐가를 찾았다. 매년 한 번씩, 같은 날 저녁에 멤버가 모여 각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밤의 이야기꾼들' 모임을 취재하기 위해.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기괴하고 오싹한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시작부터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엄마 아빠와 휴가를 보내기 위해 계곡을 찾은 어린 정우.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해 대피소로 향하는 강물에서 시커먼 존재를 느꼈다. 정우를 대피소에 데려다주고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간 부모님. 아, 이런 전개 싫어. 불안한 에감은 틀리지 않는다. 문득 우리 곰돌이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발작적으로 무섭다고 한다면 귀담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아이의 그것은 어른의 본능보다 예민할 것이므로 자신도 모르게 위험을 감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아이가 하는 말이라고 무작정 무시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라고 괜히 다짐하며, 두려움과 공포로 술렁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섯 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을 데려가는 난쟁이, 도플갱어, 스위트홈, 웃는 여자, 눈귀신. 기본적으로 공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들인데 낮에는 나름 열혈 육아로 열독할 수가 없어 부득이하게 밤에 읽었다. 마음 졸이면서. 그런데, 무서운데, 멈출 수가 없다. 거실 창으로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 같은 기이한 느낌에 몸서리치면서도 마지막까지 가속도가 붙어 이야기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사실 이렇게 진지한 자세로 전건우 작가님의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인 듯 처음인데 와, 바로 지금 애정하는 장르소설 작가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 이름을 대겠어. 사진을 보니 얼굴은 순하게 웃고 있는데 어느 순간 일그러질 것 같아 오래 쳐다보지도 못하겠다.
그의 글이 실린 [좀비썰록] 과 곧 출간될 [살롱 드 홈즈]를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작가님. 당신의 팬이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