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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새움 세계문학
루이스 캐럴 지음, 안영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평점 :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판타지 장르 최고의 작품]
출간만 됐다! 하면 사 모으는 책이 있다. 빨간 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작은 아씨들, 그리고 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왜 때문에 자꾸 사게 되는 건지 생각해봤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냥 나왔다고 하면, 출판사가 다르면 일단 사고 본다. 그렇다고 열심히 읽는 것도 아니고 책장에 나란히나란히 세워둘 뿐인데, 그런데 그것이 바라볼수록 흡족하다. 누군가는 헛돈 쓴다고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해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습관같은 것. 이번에 만난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표지는 그 아이를 이상한 나라로 이끌었던 토끼가 장식하고 있다. 양장본에, 표지의 색감에, 이 촉감이라니. 딱 취향 저격. 킁킁 책냄새를 맡으며 오랜만에 다시 들어가본다.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강둑에서 언니 옆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회중시계를 들고 바쁘게 뛰어가는 토끼를 쫓아 들어간 곳. 마시는 약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말하는 동물들과 만나 물에 빠지기도 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마스코트라 불릴만한 체셔 고양이와 모자 장수, 공작부인, 하트 여왕 등을 만나며 온갖 경험을 다하는 앨리스다. 그런데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이 꼬맹이 앨리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겁도 없이 용도가 붙어 있지 않은 약을 휙 마셔버리지 않나, 몸이 커져 토끼씨의 집을 꽉 채웠을 때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모른 채 손이나 발을 무차별(?)적으로 흔들어버리기도 한다. 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 앨리스가 이상한 아이이기 때문에 이상한 나라에 가게 된 것인지, 나중에는 헷갈릴 정도랄까. 나라면 무섭고 두려운 마음 가득이었을텐데 이 앨리스는 당차게 느껴질 정도로 전혀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예전하고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하트 여왕. [하트리스]라는 책을 읽고 난 후 접한 하트 여왕이라 어쩐지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다. 물론! [하트리스]도 소설이고, 이 하트 여왕도 소설의 등장인물. 그렇기에 그녀의 배경에 대해 어떤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든 그것이 완전한 사실일 수 없음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하트리스]를 읽어버린 것을. 나에게 하트 여왕의 사연은 그 [하트리스]에서 펼쳐진 바로 그것이고, 그것만이 진실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더는 그녀가 '목을 쳐라!'라고 외쳐도 어이가 없거나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고 안타까움만이 가슴을 채운다.
전 세계 약 180개 언어로 번역된 데다 무려 150년 동안 절판된 적 없는 판타지 장르 최고의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만 네 살이었던 앨리스 리델을 만난 후 작가 루이스 캐럴은 약 8년 동안 그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 아이를 모델로 한 이야기가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받게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이 책의 여러 판형을 사서 모으게 만드는 그 매력을, 아마 전 세계 독자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게 될까. 훗날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