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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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빠는 널 사랑했다.

 

남자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온갖 부와 명성을 쌓아왔지만 그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었다. 병에 걸려 죽음 직전에 와 있는 것을 보면. 수많은 사람이 칭송하는 부와 명성을 위해 그는 가족을 버렸다. 하나뿐인 아들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에 버거워했고 아버지가 된 자신을 어색해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아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였던 순간이 없었을지도. 그러나 이제 그는 아들을 생각한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강한 아들 대신 다정한 아들을 둔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을 위한 선택을 앞두고, 아들을 만나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고백한다. 그 고백이 아들에게 가 닿을지는, 알 수 없다.

 

<베어 타운> 시리즈로 나의 완소 작가로 등극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그는 이 소설을 크리스마스 직전 어느 늦은 시각에 완성했다고 한다. [베어 타운]과 [우리와 당신들] 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주는 울림은 어마어마하다. 한 번 읽은 자리에서 다시 두 번 더 읽었다. 읽을수록 마음을 짓눌러 오는 이 작품은 어느 아마존 독자의 평처럼 나에게도 3백 페이지짜리 소설, 거의 모든 페이지가 하이라이트요,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박수 갈채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냥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아이의 관심은 절대 되찾을 수 없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

그 시기가 지나면.

그 시기가 맨 먼저 지나가버리거든.

 

목이 메어온다. 나라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의 모든 발자취를 지울 수 있을까. 그에게 병원에서 만난 소녀는 아들과 마찬가지였다. 어렸던 아들 곁에는 있어주지 못했지만 소녀는 아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래서 지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보호받고 지켜져야 마땅하니까. 비록 아들은 모른다고 해도 그는 아들 앞에 당당하고 멋지고 싶었으니까.

 

괜찮다. 기억은 내가, 그가 마지막 순간 직전까지 간직하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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