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온갖 부와 명성을 쌓아왔지만 그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었다. 병에 걸려
죽음 직전에 와 있는 것을 보면. 수많은 사람이 칭송하는 부와 명성을 위해 그는 가족을 버렸다. 하나뿐인 아들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에 버거워했고 아버지가 된 자신을 어색해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아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였던 순간이 없었을지도. 그러나 이제
그는 아들을 생각한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강한 아들 대신 다정한 아들을 둔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을 위한 선택을 앞두고, 아들을
만나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고백한다. 그 고백이 아들에게 가 닿을지는, 알 수 없다.
<베어 타운> 시리즈로 나의 완소 작가로 등극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그는 이 소설을 크리스마스 직전 어느 늦은
시각에 완성했다고 한다. [베어 타운]과 [우리와 당신들] 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주는 울림은 어마어마하다.
한 번 읽은 자리에서 다시 두 번 더 읽었다. 읽을수록 마음을 짓눌러 오는 이 작품은 어느 아마존 독자의 평처럼 나에게도 3백 페이지짜리 소설,
거의 모든 페이지가 하이라이트요,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박수 갈채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냥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