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아노를 전공하는 니시야마 나쓰코. 누군가에게는 그녀의 삶이 틀에 박히고 답답한 듯 보여도 나쓰코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성실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녀가 마음의 문을 여는 단 한 사람은 쓰키시마 유스케. 쓰키시마는 나쓰코와 달리 그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무기력한 남자.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무슨 일에 노력해야 하는지, 왜 노력해야 하는지, 학교조차 왜 다녀야 하는지 삶의 모든 허무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인물로 그려진다. 너무 달랐지만 그 다름이 나쓰코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왔던 걸까. 그를 향한 마음이 너무 크고 강해서, 그가 느끼고 생각하는 전부를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 쌍둥이였기를 바랐던 나쓰코는 어쩌면 쓰키시마보다 더 연약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쓰키시마와 밴드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설 자리를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이 작품에 그려져 있다.

 

우아. 읽는 내내 어떤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쓰키시마의 세상만사에 대한 귀찮음을, 처음에는 그에게도 고민이리라 생각했다. 십대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 일들.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자신을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 지에 대한 것들. 그는 마치 나쓰코에게 자신이 구원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나쓰코야말로 그에게 휴식처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으로 떠난 도피성 유학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나쓰코가 '돌아오지 말아라'라고 강하게 응수했기 때문에 공황장애를 일으켰던 것이다. 단 하나의 휴식처라고 여겼던 그녀마저 자신을 거부했기 때문에. 타인이 보기에는 허무함에 사로잡힌 보잘 것 없는 녀석이라도, 나쓰코에게만큼은 자신이 절대적인 존재, 그녀를 마음대로 조종하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허락한다면 언젠가 그녀가 떠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이 작품 안에서 쓰키시마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밴드결성? 그것도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운좋게 잘 굴러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밴드로서 끝까지 성공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만약 실패한다면 그는 또다시 허무함과 공황장애라는 이름 아래 숨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한 것은 나쓰코다. 쓰키시마의 눈으로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왜 저렇게 열심히 사나 싶을 정도로 바보처럼 성실한 그녀. 쓰키시마로 인해 깊이 마음앓이를 했고 그 동안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탓에 늘 외로웠던 그녀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하면서 비로소 두 발로 서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쓰키시마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바보야!'를 외치고 싶게 만들 정도로 답답함에 속이 터졌지만 한 사람이 누군가를 그렇게 깊게 동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모습은 존중하고 싶다.

 

문득 나중에 내 아들 중 한 명이 쓰키시마처럼 행동하면 어째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작품은 온전히 나쓰코의 시각에서 쓰여있지만 나는 쓰키시마를 바라보며 고통받았을 그의 가족들을 생각했다.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아들. 미국으로 떠났지만 이 주 만에 공황장애를 안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들. 일어나서 밥 먹고 평범하게 잠드는 생활을 목표로 해야하는 아들. 그러다 하고 싶은 일이 밴드라며 매일 자신만의 아지트로 향하는 아들을 바라보았을 그의 부모님. 글자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그 아픔과 괴로움이 오히려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2010년 음악계에 등장해 세카오와 현상을 일으킨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멤버 후지사키 사오리의 데뷔작이다. 이 첫 작품이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니 놀라울 따름. 청춘의 방황과 괴로움을 선명하게 표현해낸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