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한정판 양장 에디션)
박동선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저자 이름을 읽은 순간부터 심상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쳐돌았군맨'이라 지칭한 이 작가,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저 '쳐돌았군맨'이 입에 맴돌아 힘들 지경이다. 아내분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자신은 전업주부의 삶을 살면서 아내분이 출근하는 것을 배웅하고 퇴근하기를 기다린다는 사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이 연재되었고, 중국과 일본, 대만과 태국으로 수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바 있다고 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고 들어봤을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 그 혈액형에 관해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책의 1권이다.

혈액형이 어떤 사람을 규정할 때 그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특징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가 있다. 가령 O형인 나는 '일단 목적이 생기면 추진력이 대단하지만 목적이 모호해지면 바로 의욕을 상실해버린다'에서 한 번 끄덕한다. 게으른 모습의 나는 혹시 목적이 없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바로 자기합리화! 하지만 또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집단을 형성하려는 습성이 있고 자기 집단 이외에는 강한 경계심을 보인다'라고 적힌 페이지.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든 의리를 지키지만 그렇다고 집단을 형성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좀 더 강하다. 모여서 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여행도, 영화도 혼자 보는 것을 더 즐긴다. 학교 다닐 때도 팀 프로젝트, 으아, 이런 거 정말 힘들었다. 결국 책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하거나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며 고개를 젓다보니 옆에서 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남편의 시선을 느낀다.

 

급하게 남편의 혈액형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 읽어본다. 남편은 B형. 덧붙여 우리집 곰돌군들은 모두 B형이다! 예전에는 B형 남자는 나쁜 남자라며 비판하거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남편은 B형 남자임에도 나보다 더 착하다. 남에게 싫은 소리 잘 안 하고 오지랖의 날개를 마구 퍼덕거리며 그로 인해 상처도 잘 받고 어떤 때는 나보다 더 소심하다. 다만. 우리의 공통점은 약간의 똘끼가 있다는 것. 우리는 서로의 똘끼를 인정했는데, 그러고보면 똘끼는 혈액형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성향인 것인가! B형은 학습을 시킬 때 놀이와 적절히 병행하라는 부분을 보니, 왜 이 남자가 학창시절 공부에 흥미없어 했는지도 알 것 같은 기분이. 쿨럭! 곰돌이군들 나중에 학습시킬 때 잘 기억해야 할 정보다!

읽는 내내 재미는 있었지만 사실 나는 '넌 혈액형이 이래서 그렇구나'와 같은 말을 무척 싫어한다. 상황에 따라 이렇게 대처할 수도, 저렇게 대처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인데 어떤 한 면만을 보고 나를 규정짓는 말을 들으면 참 답답하다. 나의 보고 싶은 면만 보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그 앞에서 '아니야, 그렇지 않아'와 처럼 강력하게 부인하거나 부연설명을 하는 것도 이제는 피곤한 일. 그래서 그냥 웃고 마는데, 이 책도 그저 재미로 보고 넘어가면 좋겠다. 어떤 사람에게 나이나 혈액형을 물어보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이라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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