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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평범한 어느 날, 부엌 수도꼭지에서 기묘한 소리가 난다. 쿨럭, 꾸르륵 그리고 잠잠. 물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급기야 단수가 시작된다. 서둘러 마트로 향하지만 이미 물과 음료수는 바닥이 난 상태. 마실 물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의 시선은 이웃 매크래컨 씨 집으로 향한다. 매크래컨 씨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재난 상황에 대비해 갖가지 준비를 마쳐둔 상태. 그의 집에는 마실 물도, 음식도 아직은 부족하지 않다. 광기에 휩싸인 이웃들은 급기야 매크래컨 씨 집을 습격하고, 물을 구하러 떠난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은 얼리사와 개릿 남매, 매크래컨 씨의 아들 켈턴은 그의 아버지가 준비한 벙커를 향해 떠난다. 으아. 페이지를 넘기기만 해도 물 한 잔이 간절해지는 작품이랄까.
소설의 표지에서부터 물을 향한 갈급함이 느껴진다. 물이 한 방울씩 나오는 수도꼭지에 입을 벌리고 있는 소녀. 마치 내가 목이 마른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군가는 재난 상황을 우려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두고, 누군가는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급변하는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의 모습에 가까울까. 오래 전부터 남편이 우리도 지진이나 여타 재난에 대비해 물품을 좀 갖춰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스레 말을 꺼내왔는데, 대화를 나눌 때 뿐, 또 금새 잊어버리고 만다. 설마, 그런 재난이 정말 일어나겠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 ‘설마’하는 마음이 사람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드라이]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생존이 위협받자 폭도로 변하는 사람들. 이제는 네 것, 내 것 없다. 먼저 쟁취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도 얼리사는 양심을 지키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인물이고, 켈턴은 방해가 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무장한 소년이다. 그럼에도 얼리사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위기 상황. 과연 이 작품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이미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로 평가받는다는데, 언제 우리에게도 이런 상황이 닥칠지 모를 일이다.
[드라이]를 만난다면 이제 더 이상 물을 함부로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목구멍을 통과하는 물 한 방울의 존재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생각하니 또 목이 마르다. 조심조심, 소중하게, 물 한 잔도 감사해하며 마시게 하는 작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