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프렌즈 에세이 시리즈의 네 번째 주인공은 '무지와 콘'이다. 나는 튜브를 앞세운 하상욱 작가의 촌철살인 글귀에 풍덩 빠져
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는데 각 작품마다 캐릭터와 작가의 절묘한 조합에 힘입어 인기가도를 달리는 중. 예전부터 무지는 귀여운 토끼, 콘은 무지의
친구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무지는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다! 이 사실을 얼마 전에서야 알았는데 그 때 받은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뭐?!'라고 소리칠 정도였으니까.
사실 이런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 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글귀가 마음에 들어올 때가 있고 전혀
와닿지 않을 때가 있는데, 뭐랄까, 쉽게 쓰인 글 같은 느낌, 이를테면 '이런 건 나도 쓰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을 접하면서 실망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시리즈도 서점에서 대충 훑어보고 그렇게 쓰인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튜브 책을 읽으면서 그 선입관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는 그래서 더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가는 책이다.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아마 세상의 많은
무지들도 이 책을 보면서 공감하고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무지에게 토끼옷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갑옷'같은 존재다. 마음의 갑옷.
누군가의 비난에 맞설 때에도, 누군가의 칭찬에 부끄러워질 때도 토끼옷은 큰 도움을 준다. 아침에 일어나 토끼옷을 꺼내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학교에 가기 전, 회사에 가기 전, 하루를 잘 보내보자고 파이팅을 외치고 혼잣말로 자신을 격려하는
것. 그 모두가 자신만의 토끼옷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그 토끼옷을 벗어던지는 그 순간, 진정한 내가 되고 가장 편한 상태를 맞이할 수 있다.
가식이 아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라면 응당 그러한, 순도 100%의 자신의 얼굴을 타인에게 내보이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나의 토끼옷은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타고난 능력치가 다른 사람을 따라잡기 쉽지는 않다는 말. 월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중간한 위치의 무지이자 투에고 작가의
모습은 딱 나같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 능력으로도 이길 수 없는 '운'이 나에게도 찾아오길 바라며 작가가 시키는 대로 저
페이지를 세 번 문질렀다! 나의 운은 얼마나 상승했을까. 히히. 그래도 지금 이렇게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나의 운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지는 소심하고 겁쟁이다. 그렇기에 아침마다 토끼옷을 챙겨입는다. 책 곳곳에서 그런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생각이 깊고 많아
행동하는 게 쉽지 않기도 하다. 튜브가 나와는 다른 모습이라 가슴 깊은 곳에서 통쾌함을 느꼈다면 무지는 내 마음 속 어느 곳에 있는 내 모습들
같아 더 마음이 간다. 웃는 이모티콘도 이제는 그냥 웃는 것으로 안보인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이렇게 짠하게 느껴지는 에세이가 또 있을까.
페이지마다 접할 수 있는 무지의 이모티콘을 보면서 우리 모두 자신만의 토끼옷을 입고 하루하루 '잘!' 살아내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