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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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발칙한 제목을 보았나! 희망을 가지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해도 모자랄 이 험한 세상에서 희망을 버리라니! 힘들고 어려운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희망인데 그런 희망을 버리라고 과감히 이야기하는 작가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제목이라 계속 입 안에서 맴돈다. 희망을 버리라니, 희망을 버리라고, 희망을 어떻게 버리지, 삶에서 희망을 버리면 과연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지. 작가의 전작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어본 적이 없어 더욱 짐작할 수 없는 내용이고 평소 잘 읽지 않는 자기계발 서적이라 시큰둥했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컸다고 할까.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던 시대에 등장한 과학혁명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과학혁명이 나타난 뒤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던 세상에 진보는 계속됐다. 사람들은 전에 없이 풍요로운 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우울과 불안으로 압도된 삶을 살아가며 자살률을 전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작가는 옛날과 비교했을 때 기술의 진보로 수많은 고통이 해결됐지만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할 때라고. 성장과 진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류의 삶을 발전시킨 것은 무엇인지, 인간의 삶에서 희망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이 책은 역사, 종교, 철학적인 면에서 희망에 대해 묻고 '진짜 희망'이란 것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희망은 온전히 긍정적인 개념으로만 여겨졌지만 저자는 희망 자체는 중립지대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희생자들이 비극적인 현실을 견디게 해준 것도 희망이고, 나치가 그들을 학살한 이유도 희망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열망. 나름의 가치관에서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열정. 작가는 희망을 현재를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고, 현재의 고통을 거부한 채 현실을 저당잡히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것이 희망의 개념인 것이다.

 

작가는 희망을 바라지 말고 그저 행동하라고 이야기한다. 자유와 함께 오는 괴로움, 행복과 동반되는 고통을 거부하지 말고 온전히 받아들이라고. 물론 두렵겠지만 행동하라고. 더 나아지는 것을 희망하지 말고 더 나아지라고 말이다. 이런 조언은 다른 자기계발서에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작가의 말이 한층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희망에 대해 다방면에서 고민하고 생각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말 몇 마디로 '그러니까 그냥 행동해'가 아니라, 역사, 종교, 철학적인 면을 고찰하고 내놓은 무게감 있는 결론이라고 할까.

 

쓱 훑어볼 수 있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첫장부터 오우, 쉽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 동안의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라 마치 인문학 서적을 읽는 느낌까지 들어 더 좋아지게 만든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지 연계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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