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성 짙은 분위기로 시작한 미스터리 반전 스릴러

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결혼식 당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호코. 우연히 그녀의 페이스북 계정을 발견한 미즈타니 가즈마는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일 년에 한 번 메시지를 보냈지만 어째서인지 답이 없는 그녀. 세 번째의 봄에 보낸 메시지에야 겨우 답장을 보낸 미호코와 과거 이야기를 나누며 그 옛날 자신들이 공유했던 시간을 회상한다. 대학 연극부에서 만나 연출가와 배우로 만난 그들. 평범한 외모였지만 맡은 역할에 따라 영혼이 바뀐 듯한 연기를 보여준 미호코와 실력있는 연출가로서 활동한 그들이 어떤 경위로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 밝혀지는 가운데, 미호코가 그 앞에서 모습을 감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

초반에는 일본 연애소설의 분위기가 한껏 묻어나는, 서정성 짙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30년이 지난 뒤에도 모습을 감춘 연인을 잊지 못한 남자가, 우연히 그녀의 페이스북 계정을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낸다니. 생각만으로도 설레임이 느껴지는 소재 아닌가. 누군가가 나를 잊지 못한다는 것, 함께 웃고 미래를 꿈꿨던 과거의 시간에 대한 향수가 버무려져 나의 마음까지 아련해져왔다. 그 와중에도 어째서 미호코가 가즈마 앞에서 모습을 감춘 것인지, 그 사실만이 미스터리로 남은 채 추억을 나누던 그들. 마지막 몇 장을 통해 이 작품의 분위기는 단번에 바뀌어버린다.

미호코가 간직하던 비밀도, 그녀가 섹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도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뒤에 밝혀지는 가즈마의 비밀만큼은 아니었다. 마지막 반전을 읽고난 후 머리가 멍해졌다. 띠지의 홍보문구에 적혀있는 문구들 중 '지금 내가 뭘 읽은 거지?'라는 문구가 마침내 이해되는 결말.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또 마지막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 작품을 논할 수가 없어. 으악. 자세히 언급할 수 없으니 리뷰는 짧아질 수밖에. 주변 사람들을 전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만약 이 작가의 작품이 또 출간되면 읽겠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예스. 당장이라도 다른 작품을 하나 더 읽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 인상적인 소설이다. 게다가 책날개의 작가소개 부분도 '복면 작가' 달랑 요고 하나니, 궁금증이 깊어질 수밖에. 대체 이 냥반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 짧지만 매우 강력한, 한 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작가와 작품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