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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뿌려지는 사랑 비]
신출내기 건축가 마코토와 카페에서 일하는 히나. 비록 넉넉한 생활은 아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이 세상 최고라 생각하는 귀여운 커플이다. 비를 계기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가마쿠라의 어느 해변 마을에서 함께 살며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는 중. 어느 날 오토바이 사고로 생명이 위태로운 두 사람-의 영혼-앞에 '안내인'이라 불리는 상복 차림의 아케치와 노토가 나타난다. '그들에게 앞으로 20년의 수명이 더 주어지겠지만 둘이 합쳐 20년이다. 각각 10년씩, 상대가 행복을 느끼면 다른 상대의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는 그들. '기적'이라 불리는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마코토와 히나지만 정작 돌아온 현실 속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다. 누구보다 행복을 쉽게 느끼는 체질인 히나와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마코토. 주어진 수명을 앞에 둔 사랑하는 두 사람의 수명 줄다리기는 그들의 생활을 초조와 불안으로 몰아넣기 시작하고, 급기야 이별을 떠올리게까지 만든다.
라이프워치에서 삐빅 소리가 들린다. 수명이 줄어드는 소리다. 연이어 들리는 삐빅 소리. 어째서 상대는 이 시스템을 신경쓰지 않고 있단 말인가. 나의 수명이 줄어들어 목숨을 잃는다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인가. 마코토는 시계에서 소리가 울릴 때마다 신경이 예민해진다. 길가에 핀 꽃 하나, 그가 히나에게 건네는 작은 키스 하나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히나에게 다가가는 손길이 주춤해진다. 이 둘을 보면서 나와 남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이 두 사람의 입장에 처해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마코토 같았을 것이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모든 일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라이프워치를 잘 들여다보라는 둥, 저리 가라는 둥 막말을 쏟아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서로의 수명을 빼앗으며 살아가는 삶이 여유있을 리 없다. 우리는 괜찮을 거라며, 이것은 진짜 기적이라며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저 평범한 오월의 장맛비라 생각하는가,
그대를 연모하는 오늘의 장맛비를.
한 번의 위기를 겪은 후 두 사람은 매일 수명을 조절하며 그럭저럭 삶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건축가인 마코토의 꿈을 이루기에 남아있는 수명은 너무 짧다. 그런 그를 위해 히나는 결심한다. 또 그런 히나의 결심을 알고 마코토도 결심한다. 상대가 나를 잊더라도 항상 웃어주기를. 그것만이 나의 소원이므로. 으아. 진부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비록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아닌 상대를 위한 선택을 했다. 여전히 세상에 이런 사랑이 남아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우야마 게이스케의 작품은 이상하게도 자꾸 읽게 된다. 평소 사랑 이야기를 잘 읽지 않으면서도 이 작가의 작품은 유치함 속에서도 진정성이 돋보인다. 다소 특수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도 사랑은 계속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히나와 마코토 뿐만 아니라 한 때는 사랑 앞에 서 있었던 아케치와 노토, 카페 사장 엔과 은근한 연정을 보여주는 이와타 씨 부부 이야기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든 이들이여, 부디 축복받기를. 그리고 당신들의 사랑이 시험에 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기를. 설령 시험에 들어있다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부디 이겨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