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식당의 밤
사다 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정겨운 선술집]

 

가쓰시카구 게이세이 요쓰기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요쓰기 일번가 한복판에 작은 술집이 하나 있다. 가게의 이름은 '은하 식당'. 이름은 식당이지만 카운터 석만 있는 선술집으로 술에 안주는 기본이고, 주인장을 둘러싸는 디귿자 모양 카운터와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실내조명, 가게 안쪽 귀퉁이에 소중하게 장식해 둔 진짜 첼로와 L자형 나무 후크에 달아놓은 굵은 활이 자아내는 운치, 벽에 걸린 괘종시계의 음색 등이 매력적인 장소다. 예순 살 안팎으로 보이는 댄디한 주인장과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젊어보이고 부인이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가 꽤 많이 나 보이는 여성의 뛰어난 손맛이 자랑인 곳. 이 가게를 찾는 단골들은 모두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동네 친구이자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이기도 해서 두 세명만 모여도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된다. 저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편한 차림으로 어슬렁어슬렁 모여들어 하루를 마무리 하는 정겨운 곳이다.

[은하 식당의 밤]은 마스터와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선술집을 찾는 메밀국수집 '요시다암'의 5대째 사장 요시다 테루오-일명 테루-와 컴퓨터 관리 회사의 수리 부서에 근무하는 테루의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 스가와라 후미로-일명 붐-, 가쓰시카 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생활안전과에서 일하는 야스다 히로시-일명 소녀 헤로시-를 중심으로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단편집이다. 애달픈 첫사랑의 사연,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피해자 여성이 가해자를 용서하기까지의 이야기, 지지리도 복이 없이 한평생을 살다가 결국에는 어머니와 동반자살을 계획한 남성, 첫사랑인 커플이 역경을 이겨내고 결실을 맺는 내용, 전통적인 재즈 음반과 기묘한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선술집의 마스터에 관한 비밀까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그러면서도 가슴 벅찬 감동을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일본작품 중에는 이렇게 어떤 한 장소를 중심으로 그 장소와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놓는 소설들을 꽤 만날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만큼 더 깊게 감정이입이 된다. 이발소, 경찰서, 우체국, 선술집, 식당, 카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장소의 각각의 사람들이 간직한 사연. 비밀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성맞춤의 장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쩜 그리 재미지는지. 이 작품 또한 한 번 펼친 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려갈 정도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 실제로 은하식당이 있다면 직접 가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품들의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나도 한 번 소박한 음식점이나 선술집을 마련해 정겨운 장소로 자리매김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꿈틀. 하지만 현실과 소설은 엄연히 다른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이야기들은 일견 평범해보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몇 줄이나마 아주 작은 반전을 선사한다.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반전이라 일상 미스터리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는 마스터의 이름과 식당 이름의 유래에 관한 힌트가 공개되는만큼 '은하 식당'이라는 이름을 보고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를 생각한 사람은 그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을 잘 못하는 나지만 이 소설을 읽고나니 오늘만큼은 꼭 술 한 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당인 신랑과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 한 잔 걸쳐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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