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재미를 자랑하는
스릴러!]
'시인 사건'으로 인해 일약 스타기자가 된 잭 매커보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LA타임스에 스카우트 되어 기자로 활약하지만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과거의 명성일 뿐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저널리스트들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 세대에 뒤처지고 연봉이 많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은 잭은 마지막 한방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의 기사를 검토하던 중 얼마
전 작성한 '16세 소년 클럽 댄서 살인사건'에 대해 가해자 가족으로부터 억울하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뛰어난 추리력과 냉철함으로 이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 중 하나라는 단서를 포착한 잭은 사건 뒤에 숨은 진짜 범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런 잭의 모습을 포착한
진범 '허수아비'. 컴퓨터의 귀재인 그는 잭의 인터넷 정보를 조작하고 그를 고립시키면서 사지로 몰아간다.
크라임 스릴러 세계로 인도한 작가 마이클 코넬리. 그의 잭 매커보이 시리즈, 해리보슈 시리즈, 미키 할러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이야기들이 있구나! 하며 열광한 기억이 난다. 읽는 작품마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리즈 전부를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인데 요즘에는 그
출간속도가 조금 더딘 것 같아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듯 잭 매커보이 시리즈 중 하나인 [허수아비] 가 출간 10주년 기념을
맞아 리커버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시인]과 [시인의 계곡]을 읽은 독자라면 잭 매커보이의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재미가
더 배가 될 수도 있지만, 앞의 두 작품을 읽지 않아도 [허수아비]를 읽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FBI 요원 레이첼 월링과의 관계도 행간을
통해 짐작이 가능하고, 오히려 시인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두 작품들을 찾게 될 지도 모른다.
[허수아비]에서는 고객들의 정보를 맡아 관리하는 천재 해커가 오히려 그 정보를 역으로 이용해 연쇄살인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새나 다른 동물들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세워두는 허수아비의 이미지를 이용한 것일까. 범인은 그런 이미지를 시그니처로 이용해
희생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연출하는데 그 가학성과 잔인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아무리 어린 시절 상처가 있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만큼 범인의 선천적인 범죄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범인을 상대로 레이첼과 함께
추적하고 끝내는 범인을 잡아내는 잭의 모습은 프로 기자이기 때문인 건지, 그의 피에 흐르는 해리 보슈의 영향 때문인 건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10년 전에 유일하게 읽지 못한 작품 [허수아비]는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빠른 속도감과
각 챕터마다 드러나는 사건에 대한 정황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얼마 전 아이 그림책 때문에 내 책을 정리하면서
마이클 코넬리 작품도 다른 곳으로 치워야 하나 걱정했는데, 역시 그대로 꽂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읽지 못한 예전 작품들, 최근
출간된 작품까지 소중하게 간직해야겠다. 역시 스릴러 소설의 제왕이라 불릴만한 작가와 그 명성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