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피 할로우 - 워싱턴 어빙의 기이한 이야기 아르볼 N클래식
워싱턴 어빙 지음, 달상 그림, 천미나 옮김 / 아르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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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로맨스, 코미디가 어우러진 여섯 가지 기이한 이야기]

'슬리피 할로우'라고 불리는 외딴 골짜기. 나른한 정적과 최초 네덜란드 이주민들의 후예인 주민들의 특이한 기질 탓에 붙여진 이름이다. 어떤 이는 이곳이 독일 고지의 한 마법사의 마법에 걸렸다고도 하고, 헨드릭 허드슨 선장이 이 지역을 발견하기 전에 부족의 예언자이자 주술사인 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이곳에서 의식을 행했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선량한 이들의 마음을 홀려서 그들로 하여금 끝없는 공상 속을 헤매헤 하는 곳. 이곳의 가장 제일가는 정령은 머리 없는 기병의 유령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헤센 용병의 영혼으로, 독립 전쟁 당시 이름모를 전투에서 포탄에 맞아 머리가 날아갓는데, 밤의 어둠 속을 바람을 타고 날듯이 질주하는 광경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간간이 목격된다고 한다. [슬리피 할로우]에 실린 단편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에는 이렇게 머리 없는 용병에 관한 전설이나, 갖가지 기담을 잘 알고 있던 이카보드 크레인이라는 교사의 다소 덧없는 구애이야기가 오싹하고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다.

칠흑같은 밤, 자신의 머리를 들고 나타난 기사와 그를 태우고 있는 말의 울음소리. 아주 오래 전 본 영화 <슬리피 할로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처음이라서 영화 속 그런 장면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소설 속 기사는 영화보다 신비감이나 매력이 조금 덜하게도 느껴진다. 주인공 이카보드의, 명문가 아가씨를 얻기 위한 투쟁(?)기에 이 슬리피 할로우 기사가 곁들여진 느낌이랄까.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약간 실망했지만 덕분에 워싱턴 어빙의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악마와 거래하여 영혼을 빼앗긴 <악마와 톰 워커>, 독일인 학생이 만난 한밤의 유령 여인 <독일인 학생의 모험>,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립 밴 윙클>, 책 만드는 과정을 엿보는 <책 만드는 기술>, 결혼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유령 신랑> 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약간 단순하게 여겨지는 작품들도 있지만,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이야기들 특유의 고딕적이고 민화나 전설이 전해주는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굉장히 무섭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 가볍게 옛날 이야기 하나 읽고 지나간다 생각하면 좋을 내용들이다. 양장에 호화로운 삽화까지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소설집으로 다양한 민간 전설을 소재로 한 워싱턴 어빙만의 특별한 기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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