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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소설 - 당신의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마리애비 외 지음, 바이트 기획 / 에이치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기획, 바이트(BITE).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앱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짧은 글을 누구나 쓰고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끼가 넘치는 30여 명의 대표작가들과 함께 짧은 글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 중 누군가의 고민을 짧은 소설로 풀어주는 '소설처방'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프로젝트이다. 나의 이야기가 소설이 될 수 있다니.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할 것 같기도 해서 읽게 된 책. 3분 소설이라더니 각각의 이야기들이 정말 그리 길지 않다!
이 서비스는 지난 6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5일간 지속된 행사에서는 네 명의 작가가 화장실도 못 가고 소설을 써야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기 위해 사연을 풀어놓는 사람들. 그들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떤 주문자는 가출한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였는데 인스타그램으로 행사 소식을 접하고 찾아왔다. 딸에게 언제나 너를 믿고 지지하며 언제든 집으로 돌아와달라는 사연을 들려주었던 그 어머니의 마음은 이제 조금은 홀가분해졌을까. 딸이 그녀의 진심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어떤 직장인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 VJ가 되는 소설을 써달라고 주문했는데 이후 용기를 내어 직장을 그만두고 VJ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도 한다.
오히려 가까운 이에게 꺼내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속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사람들의 마음이 그와 비슷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마음 속에 꽁꽁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내 조금은 억울하고 약간은 분한 마음을 털어내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내딛을 수 있는 한걸음을 얻은 사람들. 그 처방이 소설이면, 허구면 어떠랴. 그것이 지금 나를 위로해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치오 슈스케의 [투명 카멜레온]이 생각났다. 일상을 각색해 진짜가 아닌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그 투명한 허구의 세계에서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이야기란,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들의 가슴을 가장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최고의 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맨스, SF, 드라마, 복수극까지.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다짜고짜 결말을 제시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작가의 말이 짧은 메모 형식으로 실려 있는데 어떤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지었는지 그 의도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진다.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이 책을 매개로 나의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세상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바로 바이트 앱을 설치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