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승차한 택시기사가 신기한 생물이라도 본 듯 두 눈을 딱 멈추고 순간 무심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얼버무리듯이 헛기침을 하는 얼굴. 마실 것을 사러 들어간 편의점 점원에게서 미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얼굴. 그런 얼굴, 아주 '못난' 얼굴의 소유자가 바로 기리하타 교타로다. 그러나 이 못난 얼굴의 교짱의 직업은 <IUP 라이프>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라디오 DJ.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멋진 목소리로 월요일부터 토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매일 일상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들을 각색해 방송하고, 방송이 끝나면 거의 매일 찾는 바 if에서 나이를 초월한 단골손님들과 담소를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웬 여성이 바에 들어와 '죽였다'라고 중얼거리고 돌아간다. 수수께끼의 그녀 미카지 케이는 다음 날 다시 찾아오고, 교짱은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사과를 빌미로 교짱과 그 친구들의 협력을 요구하는 케이. 그녀의 요구대로 행동하지만 온갖 소동에 휘말리는 교짱과 친구들. 미카지 케이의 목표는 무엇이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못난 얼굴에 멋진 목소리를 가진 라디오 DJ 교짱과 다양한 성격을 가진 if의 친구들. 유명한 업소에서 제일 잘 나가는 호스티스지만 유부남의 아이를 갖기 위해 양배추를 열심히 먹어대는 모모카 씨, 해수 및 해충을 구제하는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만성 치질에 시달리는 이시노자키 씨, if 근처 게이바에서 일하는 호스티스 레이카 씨(심지어 그는 키가 훤칠하게 크고 다리도 길며 코가 높고 눈도 커서 만화에 나오는 미남같은 느낌이다), 아사쿠사 길에 위치한 '시게불단'의 7대 점주인 일흔 살의 시게마쓰 씨, 그리고 if의 미녀 마담 데루미 씨. 교짱은 그들의 이야기도 각색해서 라디오에서 들려주었고, 연령은 다양하지만 그들은 모두 교짱의 친구다. 교짱은 중학교 때 병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았지만, 여동생이 출산을 위해 어머니와 외가로 가면서 지금은 혼자 지내는 중. 그런 생활 중에 미카지 케이가 불쑥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상황이나 대사들이 읽기에 무겁지 않고 엉뚱해서 명랑활극이라 여겼다. 하지만 미카지 케이와 연관된 사건이 일단락되고 밝혀진 사실 앞에서, 나는 한밤중에 책을 읽다 엉엉 울어버렸다. 동시에 어째서 '투명 카멜레온'이 이 작품이 제목이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투명 카멜레온은 교짱이 초등학교 때 어떤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들은 이야기다. 그 친구는 다른 동급생들이 멀리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자신이 카멜레온을 키우고 있다면서 놀러오라고 한다. 그 말에 카멜레온이 궁금해진 교짱은 친구를 따라 그 아이 집으로 갔는데, 친구는 어떤 공간을 가리키며 저기 카멜레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쩐지 투명한 카멜레온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에 교짱도 실제로 그 곳에 카멜레온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교짱의 라디오가 친구들에게 해 준 일은 그런 것이었다. 약간의 거짓말과 염원을 담은, 당신만을 위한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세계라고 해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세게를 선사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를 선사해 준 교짱에게 친구들도 최선을 다해 교짱을 위로한다.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정말 멋지게 적고 싶은데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소설의 매력을 전부 드러내기에 내가 가진 능력이 너무 비루해서 안타까울 지경이다. 다만, 이 한 가지는 말할 수 있겠다. 그 동안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꽤 많이 읽어왔지만 이 [투명 카멜레온]이야말로 나에게는 그의 대표작이 될 것이며, 내 인생작 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라고. 웃음과 미스터리와 눈물을 모두 안겨 준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훌륭함은 읽지 않으면 진정 알 수 없다. 그러니 부디 읽어주시라. 놓쳤으면 아까울 이 작품을, 제발 당신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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