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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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된 [맥베스]. 스코틀랜드의 두 장군 맥베스와 뱅코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중 정체불명 세 명의 마녀와 마주친다. 그녀들은 맥베스가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을 남기고, 이 예언을 바탕으로 맥베스는 왕위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편지로 먼저 이 내용을 전해들은 맥베스의 아내는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덩컨 왕을 암살하기 위한 계략을 세우고, 맥베스는 그래도 암살 앞에서 주저한다. 그런 맥베스의 나약함을 꾸짖는 레이디 맥베스. 결국 맥베스는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왕위에 올랐음에도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으로 망령을 보는 등 괴로워하던 맥베스는 폭정을 일삼으며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뱅코의 자손이 훗날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에 뱅코까지 암살한다. 레이디 맥베스 또한 몽유병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죽음 후 맥베스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간다. (네이버 참조)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의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나락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인물이다. 상인 집안에 시집와 남편과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그녀. 남편이 사업으로 인해 집을 비운 사이 하인인 세르게이와 은밀한 사이로 발전한다. 대담하게 침실에까지 그를 끌어들여 농밀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카테리나 리보브나와 세르게이는 두 사람의 사이를 알아챈 시아버지를 살해하고, 일을 마무리짓고 돌아온 그녀의 남편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다. 마침내 두 사람의 세상을 열게 되었다고 생각한 카테리나 리보브나. 그러나 그런 그녀 앞에 예상치 못한 상속자가 나타나고, 어린 아이에 불과한 그 상속자마저 처리하는 순간, 살인의 현장이 발각된다.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지게 된 현실 앞에서도 카테리나는 오직 사랑만을, 세르게이와 함께 하는 순간만을 생각하지만, 이제 남자의 마음은 그녀를 떠났다. 다른 여자의 품에서 카테리나를 비웃는 세르게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질투에 사로잡힌, 엄청난 모욕을 당한 여자가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 이 가련한 여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비록 세 명이나 살해한 잔혹한 여인이지만, 나조차도 하품이 나올만큼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던 여인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 좀처럼 생기지 않는 아이, 자유분방한 성정을 숨기고 고고한 척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온 신경을 쏟을 아이도 없고 독서도 좋아하지 않는 그녀에게 세르게이라는 독약은 분명 자극제였을 것이다. 그녀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이 관계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언젠가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작품에서 그녀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 또한 맥베스처럼 두려웠던 게 아닐까. 지금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권태로운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든 세르게이라는 왕좌를 움켜쥐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함께 있고 싶어했던 마음. 어쩌면 나는 그 마음을 평생을 가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러시아 문학은 왠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과연 이 작품은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생각나 조금은 친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품 해설을 보니 역시 약간은 어렵다. 나에게는 가학적이고 야수성을 지닌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보다, 삶에 어떤 의미도 두지 않던 여인이 유혹에 빠져 죄를 짓고 끝내 파멸하고야 마는 잔인한 운명의 모습이 두드러졌던 탓일까.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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