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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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지금 배런빌이라는 도시에 와 있다. 동료인 알렉스 재미슨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재미슨의 언니인 앰버 가족이 사는 배런빌에 방문한 것. 맥주를 들고 데크에 나가 있던 데커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 폭풍이 오려는 소리 등을 들으면서 뒤쪽 집에서 전등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갑작스러운 번쩍임을 포착하고 뒤쪽 집으로 향한 데커. 그는 창문을 통해 전선이 액체로 젖어 화재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놀라운 것은 그 액체가 바로 피라는 것.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데커와 재미슨은 경찰을 통해 지난 2주간 배런빌에서 벌써 네 차례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발견된 시체는 여섯 구.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락하여 폭력과 마약만이 들끓는 소도시 배런빌. 사건은 배런빌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가며 거대한 음모 속으로 그들을 몰아간다.

한때 프로 미식축구 선수였으나 경기 도중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과잉기억증후군과 공감각을 얻게 된 남자 데커가 돌아왔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통해 자신의 부인과 딸, 처남을 살해한 범인을 붙잡으며 능력을 발휘하지만 여전히 고독한 그는, 그 후로도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많은 사건을 해결해왔다. 이번에는 어둠으로 뒤덮인 도시 배런빌에서 도시 전체를 장악한 음모를 파헤친다. 이번 편이 특히 흥미로운 것은 데커에게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공격으로 인해 머리에 큰 부상을 당한 그의 능력에 변화가 일어난 것. 예전에는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떠올랐던 숫자 중 일부가 잘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 죽음을 보면 항상 떠올랐던 형광 푸른색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대로 그의 능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다행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다. 그가 능력을 잃어도 뛰어난 수사관인 것은 변함없지만,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모두 읽은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뭔가 아쉬운 기분이었다고 할까.

"당신은 어떤 상황의 정치적 측면이나 남의 시선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죠, 안 그래요?"

데커가 대꾸했다.

"살인 사건에 관한 한, 나는 그래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으니까요."

뛰어난 통찰력과 직관, 덩치에 비해 민첩한 행동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야기의 촘촘함과 흡입력, 한 번 손에 쥐면 도저히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은 예전과 똑같지만 특히 [폴른]이 더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은 데커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재미슨의 어린 조카 조이를 보며 세상을 떠난 딸 몰리를 떠올리고, 조이에게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로를 건네는 모습에서 그가 여전히 슬퍼하고 고독해한다는 것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직전 작품까지는 대부분 수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조이를 통해 좀 더 사람들을 신경쓰고 돕고 싶어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 푸근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미 시리즈가 네 권이나 출간된 이상 재미는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여전히 정치와 상관없이 사건 앞에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수사관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커는 멋있었고, 배런빌을 태어나게 한 조상을 둔 존 배런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존 배런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 삶의 태도 또한 답답하게 여겨지면서도 멋이 느껴진다. 국제 범죄소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명실상부한 스릴러계 거장의 작품답게, 아니 그 이상으로 이번 작품은 시리즈 중 단연 최고라 칭할만하다. 앞으로 출간될 작품도 최고에 최고를 더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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