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에 걸친 신부 - 그대가 눈을 뜨면
나카하라 히사시.나카하라 마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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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 생명의 의미를 알려주는 8년간의 기록]

행복한 예비신부 나카하라 마이는 '항NMDA 수용체뇌염'이라는 병명으로 결혼식을 3개월 앞두고 쓰러집니다. '항NMDA 수용체뇌염'은 난소 등에 종양이 생기는 바람에 체내에 항체가 생기고 그 항체가 오인해 뇌를 공격해 이상을 일으키는 자기면역성 질병이라고 해요. 발병률은 100만명 중 0.33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런 숫자 안에 마이가 포함되었던 겁니다. 초기 증상은 종합실조증과 비슷해서 환각과 망상, 패닉 발작 등의 모습을 보여 마이도 처음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영화 <엑소시스트>의 원작 모델이었던 소년도 이 병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그들이 다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8년, 히사시와 마이, 그리고 가족들의 괴롭고 힘든 싸움이 시작됩니다. 한 번 심폐정지까지 와서 한 때는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마이였기에 그들이 걸어온 길이 어땠을 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쓰러진 마이 곁을 지킨 건 그녀의 가족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약속한 히사시의 존재가 어쩌면 가장 컸을 겁니다. 언제 마이가 다시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히사시에게 마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까지 꺼냈지만, 히사시는 지난 8년 동안 한 번도 '기다릴까, 그만할까'를 놓고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이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니니까 기다리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런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약혼했습니다.

''약혼자'라는 말은 제게도 딱 와닿지는 않는 단어였지만,

저는 마이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마이는 그것을 받아주었습니다.

서류상이나 법률상 같은 말은 상관없습니다.

다만 괴로워하는 마이의 곁을 떠나

저만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망설일 일이 아니었던 것뿐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우직한 남자가 다 있나요. 기다리는 일을 두고 망설일 일이 아니었다고 단언하는 남자. 말이 8년이지 그 긴 시간을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 인내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심폐정지까지 겪어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마이를 보면서도 자신의 결심을 바꾸지 않았던 이 남자, 제가 마이라도 이 남자를 보배처럼 여기며 평생 사랑하고 아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8년에 걸친 신부]는 병으로 쓰러진 한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기다렸던 어떤 남자의 (다행히) 해피엔딩 러브스토리지만, 동시에 건강하고 평범하게 보내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만 봐도, 늘 아이들을 돌보면서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살지만, 한 아이가 아프기만 해도 차라리 고된 일상이 더 낫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이 병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만봐야 한다는 건 아픈 사람만큼이나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을 거예요. 그 시간을 무사히, 잘 보내 준 두 사람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흉흉한 소식만 들리는 요즘, 이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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