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인물로 본 임시정부 100년
문영숙.김월배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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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국호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의 역사.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피땀 어린 헌신과 목숨 건 이 투쟁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온갖 수난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최초의 임시정부인 대한국민의회가 세워진 러시아 연해주, 안중근이 하얼빈 의거를 준비했던 최재형 저택과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등에 어린 연해주 한인들의 삶과 독립 투쟁의 역사.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자싱, 항저우, 창사, 충칭 등으로 이어진다. 임정의 옛터와 기념관들, 윤봉길의 의거가 이루어졌던 루쉰공원,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순국한 독립 투사들의 묘지,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하던 한국광복군 훈련지 등 영웅들의 숨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에 대한 기록이 바로 이 [사건과 인물로 본 임시정부 100년]이다.

내게 역사는 재미있지만 어렵고 무거운 것이기도 하다. 특히 근현대사로 넘어오면 그 무게는 한층 더해진다. 아무리 공부하고 깊이 파고들어봐도 혼란스럽고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시대. 역사를 알아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여전히 답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앎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마침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된 해이기도 하고, 사건과 인물로 짚어나가면 좀 더 쉽게 임시정부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다른 책들에 비해 쉬운 편이기는 하지만 용어라든가 정치적 흐름 같은 것은 내게는 여전히 조금 어렵다.

안창호가 조직한 신민회,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노비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러시아에서 한인지도자로 거듭난 최재형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김구 선생과 임정의 역사를 따라가다보면 내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진다고 해도 나는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남길 수 있을까, 목숨을 잃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의거를 행할 수 있을까, 그 의거를 하러 가면서 웃을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나는 이 분들처럼 내 목숨을 바쳐 독립을 외칠 수 있을까. 조국을 잃고 학도병으로 일본군에 끌려가 임정과 합류하기 위해 죽음의 순간들을 수없이 넘기고 겨우 살아난 장준하 선생이, '다시는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 부분에서는 결국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뜻은 같았으나 하나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이 슬프다. 피와 땀을 바쳤으나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하고 떳떳하게 귀국할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바친 목숨과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똑같은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수많은 분들이 지켜주신 우리의 대한민국,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않겠다는 장준하 선생의 다짐을, 나도 조용히 가슴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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