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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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론서를 이용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간식처럼 색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음식이라는 테마 하나로 역사를 전부 알 수는 없겠지만, 음식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같이 무언가를 먹는다. 하다못해 차 한 잔이라도 나눈다. 저자 또한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음식인만큼 음식의 역사는 정치와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는 생활사의 중심이 된다고 보았다. 중국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왔을까. 입에 담는 음식을 통해 어떤 역사를 이루어왔을지, 음식에 담긴 그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처음 등장하는 화제부터 흥미진진하다. 고대 중국에서는 요리사가 재상이었다니, 요리사의 업무와 재상의 업무가 명백히 구분되는 현재와 비교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만한 이야기다. [도덕경]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라는 말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생선을 요리할 때 자주 뒤집으면 살이 부서지듯이 나라를 다스릴 때 번거롭게 굴면 백성이 흩어지니, 생선요리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고대 중국의 재상 중에는 요리사 출신이 많았는데 한자의 어원 자체가 요리사라는 뜻이란다. 재상이라는 단어는 천관총재라는 벼슬에서 비롯되었는데 천관은 하늘에 제사지내는 일, 총재는 제사 지낼 때 쓰는 음식을 장만하는 역할을 맡았다. 씨족사회였던 고대국가에서는 나랏일 중에서 조상님께 제사지내는 일을 가장 큰 일로 여겼고, 내치와 외교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었던 것이다.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게 요리사를 맡겼던 것이 국가의 틀을 갖추면서 재상이 된다.

 

복날과 보신탕의 개념은 우리나라의 전통인 줄로 알았는데 이들의 유래는 [사기]에 근원을 두고 있다. 사마천은 복날 관련 기록을 두 곳에 남겼는데 그 중 하나가 진나라의 역사를 서술한 [진본기], '덕공 2, 처음 복날을 정해 개로 벌레의 피해를 막았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12제후국의 주요사건을 연도별로 정리한 [십이제후연표]에도 복날의 기록이 나와있다. 그 시작은 진나라였는데 뿌리는 서쪽 오랑캐라고 알려진 서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진나라 백성을 구성하고 있는 서융 부족 중 견융은 개가 조상인 부족으로, 복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제사를 지낼 때도 이왕이면 조상님과 관련된 가축이 좋다고 생각하여 개를 잡아 성문에 걸어 나쁜 기운을 막았다는 [사기]의 기록이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복날의 개고기를 통한 춘추 시대 전후의 육식문화와 사회구조에 대한 이야기, 출산 장려책으로 사용된 개고기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전 먹고 살 것이 없어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개를 잡아 먹었던 풍습이 요즘의 복날과 보신탕으로 변화한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겨울 뱃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호떡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양귀비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중 하나가 호떡이었다고 하는데 1300여년 전 호떡의 위상은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서민들의 군것질거리같은 값싼 음식이 아니라 아주 고급 음식이었던 것이다. 호떡의 뿌리는 서역의 중앙 아시아로 [세종실록]에도 중국에서 호떡을 말할 때 쓰는 표현 중 하나인 '소병'이란 말이 보이며 우리나라에서 상류층의 별미로 여겨졌던 것으로 보인다. 호인(胡人)들이 먹는 떡이라는 뜻의 호떡. 여기서 ''는 오랑캐가 아니라 서역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고대의 밀가루 빵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을 거쳐 전해진 것이 지금의 호떡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밀가루와 함께 전해진 서역의 조리법, 두부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양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중국을 만든 음식>, <역사를 바꾼 음식>,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음식>으로 나누어져 소개되어 있다. 단순한 음식 문화가 아니라 하나의 음식을 통해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복날과 개고기, 고구마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음식에 대한 반전도 재미있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이 먹고 마시고 입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모여 역사가 되어 지금 우리에게 전해졌다. 음식을 통해 하나의 문화가 생성되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개론서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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