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의 짐승 1~2 세트 - 전2권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19년 4월
평점 :
로맨스 소설은 사극 장르가 아니면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보도자료를 읽고 급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주인공이 바로 뱀파이어거든요. 10년 정도 전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잠도 안 자고 정독한 후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영화와 책에 한동안 빠져 지냈던 것 같아요. 영원불멸의 존재, 엉겁의 시간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약간의 노력을 더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신과도 같은 존재. 하지만 죽을 수 없는 운명을 한탄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래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이라니, <트와일라잇>과는 다른 매력을 어떻게 표현해냈을 지 궁금했어요.
뱀파이어가 더 이상 인간들의 피를 마시지 않고 그들과 함께 햇빛 아래서 생활할 수 있는 세계. 그 한 가운데에 MCTC 서울 ERU 3팀 소속의 강연하 상사가 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 쌍둥이 자매와 함께 기차에 탔다가 뱀파이어면서 인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인간을 파멸시키려 하는 조직에 의해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 당시 거의 죽어가던 연하에게 이른바 수혈을 해 준 뱀파이어가 있었습니다. 12년 후 연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 MCTC 서울지부에 새로 부임한 국장으로 등장한 이반 이바노프. 그 오랜 시간 동안 연하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가 12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나타난 남자. 처음에는 마치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연하를 지켜봤겠지만 그녀에 대한 마음이 점차 깊어지면서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집니다.
두 권으로 되어 있어서인지 스토리 전개가 그리 빠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캐릭터를 설명하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묘사되면서 인물의 매력도가 상승한다고 할까요. 특히 열아홉 어린 나이에 뱀파이어로 변이되면서 가족을 모두 잃고(쌍둥이 자매인 규하는 살아남았지만 연하는 규하에게도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습니다) 홀로 외로이 살아와야했던 연하는, 초반에는 어딘가 멍-한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소, 하는 얼굴과 마음으로 그려집니다. 마치 세상에 대한 미련이 존재하지 않는, 허무함만이 가슴을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반과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지면서 마침내 하나의 생명으로, 여자로 변화하는 과정에 울림이 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이반보다 여주인공인 연하의 매력이 더 깊은 그런 소설인 듯 합니다.
이반 옆에서 항상 그를 지키는 렉스의 존재도 어마무시한데요, 고통도 아픔도, 그 어떤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그가 연하의 쌍둥이 자매인 규하와 보여주는 케미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반보다 오히려 이 렉스 쪽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이 몹쓸 서브병. 이반과 렉스가 뱀파이어가 된 것은 아주 먼 옛날이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두 명의 멋진 뱀파이어, 아니 연하까지 하면 세 명의 뱀파이어와 규하의 행복을 바라면서 읽었더니 어느 새 책장을 넘기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조례진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지만, 초반 약간의 느린 전개를 잘 참아내면 후반으로 갈수록 멋진 네 명의 남녀의 로맨스를 맛보실 수 있어요. 특히 뱀파이어 소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