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생일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1
이와사키 치히로 지음, 엄혜숙 옮김, 다케이치 야소오 기획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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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곰돌군은 케이크 위의 촛불 끄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후 100일 단위의 기념일과 생일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일 케이크 위의 촛불마저 첫째 곰돌군 몫이에요. 언제부터인가 케이크 위에 초를 꽂으면 불을 끄라며 '불, 불' 외치기 시작했고, 이제 제법 말이 트인 지금은 '불 꺼~!'라며 부엌과 거실 천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촛불을 끄는 그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자신의 초를 기꺼이 넘겨주게 되죠. 그리고 엄마인 저는 어떻게든 기념일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작은 케이크 위에 초를 꽂아주게 됩니다.

 

치이는 이제 다섯 살이 되는 여자아이에요. 촛불 다섯 개 한꺼번에 끌 거라며 다음 날 올 자신의 생일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오늘은 동무의 생일. 치이는 생일 카드를 써서 파티가 열리는 동무의 집으로 갑니다.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던 치이는, 그만 동무의 촛불을 대신 꺼버려요. 실수한 치이와 그런 치이를 놀리는 동무들. 당황하고 부끄러운 치이는 그 자리를 벗어나 도망칩니다. 너무 창피한 나머지 자신의 생일날 아무도 보고싶지 않아, 하지만 태어났던 그 날처럼 새하얀 눈을 보고 싶다고 별님에게 기도하는 치이. 그리고 드디어 아침이 됩니다. 과연 치이가 기도한 대로 새하얀 눈이 내렸을까요. 그리고 동무들은 치이의 생일을 축하하러 와주었을까요.

[눈 오는 날의 생일] 은 [창가의 토토]를 그린 이와사키 치히로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재출간 된 책입니다. 따뜻하고 순수한 색감으로 토토를 저의 마음 속에 데려단 준 작가의 동화책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첫째 곰돌군이 좋아할 것 같아 저도 마음이 설레었어요. 이와사키 치히로는 수채화와 수묵화를 결합한 화풍으로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평생 어린이를 작품 테마로 삼았던만큼, [눈 오는 날의 생일] 에서도 작가의 매력이 여과없이 발휘되어 있어요. 생일을 맞이한 치이의 두근거림, 동무의 생일에 가서 실수로 촛불을 불어버린 당혹감, 너무 창피한 나머지 아무하고도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 그럼에도 생일날 자신이 태어났을 때처럼 하얀 눈이 내리기를 기도하는 순수함이 따뜻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촛불을 끄는 아이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어른이 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들이 아이에게는 아름답게, 빛나게, 기쁘게 다가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런 행복감이 [눈 오는 날의 생일] 로 인해 더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책을 받아든 첫째 곰돌군은 역시 한 장 한 장 펼치며 촛불 그림을 발견하더니 '하나, 두울~' 세기 시작합니다. 조금 있으면 첫째 곰돌군이 태어난 지 1000일이 되는데 그 때도 커다란 케이크에 초를 가득 꽂아주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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