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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수업이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아이들에게 보노보노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 등이 아이들에게 어떤 이미지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노보노를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업이 끝났다는 홀가분함, 이 전부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김신회 작가님처럼 누군가는 보노보노와 친구들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얻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정이나 사랑, 부모님이나 친구, 인간관계, 그 중 어떤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연관이 없었으면 또 어떻습니까.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겼다는 자체만으로도 보노보노와 관련된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테니까요.
요즘 들어 특히 어떤 캐릭터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요. 보노보노, 곰돌이 푸, 디즈니 캐릭터와 관련된 도서들을 보며 솔직히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 캐릭터들과 연관 지어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작위적으로 보였어요. 여행 에세이나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아닌 이상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저의 성향도 한몫 했을 겁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컸어요. 그런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표지 때문이었습니다. 윈터 에디션으로 출간되어 새로운 옷을 입은 책표지가 마음을 들뜨게 했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홋. 보노보노 에피소드들이 하나 둘 생각나면서 생각보다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만화 보노보노와 작가의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요. 요즘 에세이는 본인 블로그나 일기장에 적을만한 이야기가 책으로 엮여 나와 –이 정도면 나도 책 내겠다!-는,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책도 적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짜임새도 있고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잘난 척을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그의 잘난 척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그도 나와 같이 고민하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같이 공감하고 싶고 서로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보노보노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이야기부터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라는, 자신은 멋진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스스로가 받고 싶은 위로를 건네겠다는 글이 유독 마음에 박힌 것은, 저도 위로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줄곧 생각해왔기 때문일까요. 아무 일이 없다는 건 좋은 것이라는 걸 깨닫는 보노보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웬만큼 노력해서 안 되는 건 노력을 더 해도 안 된다는 것을 미리부터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말도 앞으로 아이들을 대할 저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에세이를 여러 번 읽는 경우는 무척 드문데, 이 책은 한 번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음미했습니다. 보노보노 만화가 삽입된 것도, 책날개에 보노보노와 친구들 캐릭터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점도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노보노를 보며 이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에요. 저도 오랜만에 다시 보노보노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벌써 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