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전2권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첫째 곰돌군이 태어난 후, 저는 저라는 사람의 밑바닥을 보았다고, 그 밑바닥을 짝꿍에게까지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라는 것은 제 인생에 찾아온 최대 행복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인내심을 시험당하는, 길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은 것이었어요.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믿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첫째 곰돌군을 정말 애지중지했어요.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둘째 곰돌군이 태어남과 동시에 저는 저의 밑바닥의 밑바닥을 보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첫째 곰돌군의 고집이 세지고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와 제가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때가 맞물린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 기준을 곰돌군에게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곰돌군을, 사랑하는 우리 아들을 평가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요. 그러면 안돼, 이러면 어떻게 해, 더 조심했어야지. 어느 새 많이 자란 곰돌군은 저의 말투나 억양이 조금만 다정하지 않아도 이제 저의 눈치를 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이러지 말아야지, 내가 왜 이러나 싶어 반성하면서도 또 반복돼요. 앞으로 더 큰 일이 많이 있겠지만 요즘같은 때는 정말 제 인생 최대 위기라 생각될 정도로 마음이 많이 복잡하고 힘듭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학습편, 관계편]입니다.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의 저자이기도 한 인젠리는 참신한 교육이념과 아이의 마음부터 읽는 교육법으로 수많은 엄마들을 감동시키며, 중국에서는 그녀가 없으면 가정교육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학습편, 관계편]은 그녀가 8년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 출간 이후 받은 22만통에 이르는 상담 메일의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습편과 관계편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이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궁극적으로는 아이와 엄마와의 올바른 관계형성을 목표로 둔 책이에요.

 

요즘 제가 특히 고민인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어도 좋은지, 악기는 언제부터 가르쳐야 좋을지,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아이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질지 등 사소하지만 부모라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영역들은 물론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방법, 아이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 부모의 자존감과 관련된 아이의 행복에 대해 주옥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때로는 단호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아이보다 어머니가 더 문제라는 호된 질책도 마다하지 않으며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띠지에 적힌 문구가 무척 거슬렸어요. ‘엄마라면 다그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엄마라면 욱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 마음부터 헤아려보세요’. 엄마만 있고 아빠는 없는 것인지, 한쪽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부모 수업인데 왜 중요한 역할을 엄마에게만 강요하는지 마음 한쪽이 불편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여전히 양육의 중심이 엄마 쪽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요즘은 아빠의 역할도 중요시되고 있고,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니까요. 불만스러웠던 마음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 풀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줄까지 쳐가며 읽은 육아서는 두 번째에요. 책을 읽으면서 나의 기준을 우리 곰돌군에게 너무 강요했구나, 하루 세수 안 하고 잔다고, 하루 밥 대신 간식을 조금 더 먹는다고, 하루 양치질 안 한다고, 하루 너무 늦게 잔다고, 물 마시다가 컵을 깨트린다고, 화가 나서 물건 집어던진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겨우 31개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힘들게 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우리 곰돌군 마음보다 제가 세운 규칙을 더 중요시하고 있었다는 것에 부끄러웠어요.

 

어쩌면 저는 내일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또 반성하는 밤을 보낼 수도 있어요. 되도록 그런 시간을 차츰 줄여보려고 합니다. 이 두 권의 책들은 앞으로 저의 곁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여러 번 반복하며 읽어야겠습니다. 작가의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도 궁금해요.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천하고 행동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