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고 보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돌아왔습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블루홀6 출판사의 열정도 대단한 것 같아요. 대략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간이 나오고 있어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으니, 정말 백만 번은 칭찬해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번 작품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입니다.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 에 이어 어떤 사건을 맡아 변호하려나 했더니, 이런, 의뢰인은 무려 미코시바가 소년원 시절 신세를 진 은사 이나미님이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해 변호사가 되어 자신만의 속죄의 길을 걷고 있는 미코시바로서는 어째서 그가 살인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반드시 승소해야만 하는 재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먼저, 충격적인 사건을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한국 여객선 블루오션호가 침몰해 승객 251명이 사망한 사건. 대참사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우연히 찍힌 한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구명조끼가 부족한 위기 상황에서 연약한 여성을 폭행해 구명조끼를 빼앗은 남자. 아마 키르네아데스의 판자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그 이야기에서처럼 이 남자도 긴급 피난이라는 사례가 적용되어 무죄를 선고받았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발생한 이나미의 살인. 그가 죽인 사람은 이나미가 몸을 의탁하고 있는 요양원의 보호사이자 바로 긴급 피난으로 무죄를 선고 받은 남자 도치노 마모루였습니다. 자신을 구원해 준 이나미가 절대 살인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미코시바는 그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이나미는 자신은 살인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충분히 그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싸움이었다 생각됩니다. 죄를 저지르고도 감형받기 위해 애쓰는 다른 피고인들과는 달리 오히려 벌을 받겠다 나서는 이나미의 모습에 미코시바는 혼란스럽기만 해요. 그가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미코시바가 누굽니까. 뛰어난 실력으로 결국 사건의 진실에 다다르죠. 그 진실과 마주하고 나니 저는 이나미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가 감형을 주장하는 것은, 평생 지켜온 신념을 저버리는 일이 된다는 것을요. 그런 이나미였기에 미코시바 또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의 속죄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엄격한, 겉과 속이 하나로 연결된 이나미였으니 미코시바 또한 그를 마음으로부터 충실히 따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간 본성의 적나라함을 드러낸 충격적 포문, 노인 보호시설에서 자행되는 폭력의 행태, 앞선 작품들과 연결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이 여느 때처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다만 그 동안 접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속 사건들이 대부분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엄청났던 덕분에 이번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보다는 덜 지저분하게(?) 느껴지실지도 모릅니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가 주력한 부분은, 사건 자체들이라기보다는, 속죄란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깊은 물음이었던 듯해요.

법률로 처벌받는 게 훨씬 행복합니다.

  사건 말미에 미코시바가 던진 이 한 마디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인상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