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0년 전, 이 책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한창 책 사들이기병에 걸려 있던 때였어요. 마음이 힘들 때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사는 것도 큰 힘이 되더라고요. 최대한 정신 차린 상태에서,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사들이는 병에 빠져 허우적댔었는데 그 부작용은 읽지 못하고 꽂아놓기만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거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도 그 책들 중 하나였어요. 아마 서재 책꽂이 어딘가를 찾아보면 분명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텐데요, 2018년 영화 개봉을 맞이해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결국 이렇게 읽게 되었네요.

 

이지 비커스태프라는 필명으로 칼럼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있는 줄리엣.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만난 친구 소피와 그녀의 오빠 시드니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일을 즐기는 작가입니다. 사랑에 있어서는 약간 비관적인 면도 가지고 있죠. 어느 날 채널 제도 건지섬의 도시 애덤스가 줄리엣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를 계기로 건지섬의 사람들과 그녀의 교류가 시작됩니다. 건지섬에서 시작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숨겨놓은 돼지로 파티를 연 그 날 밤, 독일군에게 둘러댄 문학클럽이 실현되고, 그 날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독서회가 발족됩니다. 북클럽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까지 공유하게 된 줄리엣은 건지섬을 너무나 사랑하게 된 나머지 급기야 그들을 직접 만나러 섬으로 향하게 됩니다.

 

독특하게도 책은 전부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줄리엣이 건지섬의 북클럽 회원들과 주고받은 편지, 그녀가 잠시 만나던 남자와 주고받은 편지, 절친한 친구 소피와 소피의 오빠 시드니와 주고받은 편지 등으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답니다. 사실상 북클럽을 창단하게 된 당차고 똘똘한 엘리자베스의 기지와 그녀가 남긴 딸 킷,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어찌 살았는지 전달하는 삶의 이야기들이 따뜻하고도 잔잔하게 진행됩니다.

 

편지라는 것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잖아요.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교류되는 정서, 또 언제 도착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힘, 그런 것들이 느껴져 정겨웠어요. 게다가 건지섬으로 향하는 줄리엣의 저돌적인 모습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을 정확히 알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자 행동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언제나 통하는 매력인 것 같아요. 아픔을 극복하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고요. 영화가 어떻게 이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을지 영화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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