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내는 엄마에게 - 아이와 나 사이 자존감 찾기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10
박현순 지음 / 씽크스마트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희 집 첫째 곰돌군은 이제 만 두 돌, 28개월째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아도 말도 많이 늘었고, 동시에 고집도 무척 세졌어요. 한 번 성질이 났다하면 꽥 소리를 지르며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때릴 때도 있어 당황스러운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얻은 정보로 훈육이라는 것을 해보지만, 글쎄요. 과연 제 말을 얼마나 수긍하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혼을 내야하며 어디까지 받아들여줘야 할지, 항상 생각하지만 육아 고민은 끝이 없네요.

 

이 와중, 몸이 무거운 저는 가끔 제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날도 덥고, 몸은 힘들고, 불편한 몸에 낮이든 밤이든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 신경이 예민해진 탓도 있겠죠. 그런데 요즘은 더욱,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서 괜히 애먼 곰돌군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기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실수들, 호기심이 왕성할 때가 저지를 수 있는 그런 일들에까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었어요. 화내고 후회하고, 화내고 후회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복할 때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화내는 엄마에게]는 그런 제 자신을 다스려보고자 읽게 된 책이에요. 아무래도 둘째 곰돌군이 태어나면 몸과 마음이 더 지치고 힘들어질 텐데, 어느 순간 그 고됨을 첫째 곰돌군에게 표출하게 되는 게 아닌가, 둘 다에게 상처뿐인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거든요. 저자는 게슈탈트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센터에서 청소년상담사, 미술치료사, 임상심리사로 일하는 동시에 12, 8살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게슈탈트란 사람들이 자신의 유기체 욕구나 감정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동기로 조직화하여 지각한 것을 말한다고 해요. 저는 우리의 욕구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렇게 떠오른 게슈탈트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접촉이라는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잘 해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면, 저희집 첫째 곰돌군은 어린이집 가는 길에 약 20여분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요즘 날씨 다들 아시잖아요. 밖에 나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숨쉬기 힘든 날씨. 제 걸음으로라면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20분을 들여 이건 뭐지, 저건 뭐야 하며 하나하나 관찰하며 매우 천천히 걸어갑니다. 아기의 호기심을 존중해주고자 웬만하면 하나하나 대답해주고 천천히 이동하고는 하지만, 땡볕에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아이를 바라보자면 어느 순간 짜증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그 때, , 내가 짜증이 나는구나, 화가 나는구나 하고 인지하는 것이 알아차림, 이 짜증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접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에도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순간에 이 알아차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있었지만 접촉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접촉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상황에 대해 좀 더 숙고하게 된 것 같아요. 저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사실 이 책은 전문적인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 저자의 하소연(?)이 담긴 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육아에 참여하면서 느끼게 된 실수와 좌절, 후회 등이 빼곡이 실려 있죠. 그 중간 중간 심리학 용어에 대해 설명되어 있습니다. 혹시 전문적인 지식을 기대한 분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책들이 더 좋더라고요. 같이 좌절하고 후회하는 동지를 만난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이 책에서는 게슈탈트, 알아차림, 접촉에 대해 알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첫째 곰돌군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마음 수련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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