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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지만 정말 너무해! - 새내기 아빠의 좌충우돌 폭풍 육아
란셩지에 지음, 남은숙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육아책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요즘입니다. 둘째가 방 뺄 날이 멀지 않아서일까요. 두 아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도 되고, 첫째 곰돌군이 상처받지 않게 하려면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할지 너무너무 고민되는 요즘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육아책은 어떤 때는 읽어도 소용없다 생각될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열광하며 읽을 때도 있으니 제 변덕 탓이 아니라 그저 맞는 책, 안 맞는 책이 있다 믿고 싶습니다. 일단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은, 소위 잘난 척 하는 책입니다. 자격지심이라 해도 할 수 없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육아법으로 성공했다, 하는 책들이 그렇게 싫더라고요. 제가 심보 사나운건가요;; 대신 지금 나의 상황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적힌 책들에 위로도 받고, 맞장구도 치면서 그리 읽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내 아들이지만 정말 너무해!]라는 책 제목에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네요.
저자는 타국의, 그것도 남성작가입니다. 워킹맘인 아내를 대신해 전업주父가 된 그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로 엄마와는 다른 또 다른 섬세한 감성으로 자신의 육아생활을 그려냈습니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색감으로 새내기 아빠의 푹풍육아를 그림으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저희 첫째 곰돌군이 그랬던 것처럼 휴지를 마구 뽑아내는 아들,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몇 번의 밤을 자지러지게 우는 바람에 나와 짝꿍을 당황시켰던 때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 첫 예방접종,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자는 잠버릇, 처음으로 배냇머리를 자르고 아빠한테 안겨서 화장실 불을 껐다 켰다 하는 모습들은 어찌 그리 똑같은지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곰돌군이 맞을까 걱정, 뭘 하나 사더라도 더 좋은 걸 따지게 되고, 곰돌군이 잠들면 그제서야 한숨 폭 쉬며 휴식을 취하고, 또래 아기들을 보면 같이 웃음짓는 것은 중국의 아빠나 한국의 엄마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으른 성향도 한몫 하지만 아기를 키우면서는 더 정신이 없어진 탓에 전 육아일기 한 번 쓰기도 어려웠어요. 곰돌군이 잠들면 전 완전 방전상태. 소파에 늘어지듯 앉아 멍하니 TV를 보거나 좋아하는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매일매일 육아포스팅을 올리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책도 했었는데요, 요즘은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가 행복한 쪽을 택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요렇게 그림으로 육아생활을 기록하는 사람들을 보면 또 부러운 마음이 샘솟아요. 나중에 아기가 커서 함께 보면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될까요.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놓아야 할텐데 말이에요. 그림에 소질이 없는 저로서는 지금부터라도 좀 부지런을 떨어서 저는 사진이라도 많이 남겨두어야겠어요.
글은 별로 없고 그림이 전부인 책이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책입니다. 내 아들이지만 너무해!라고 외치면서도 원망이 아닌 애정이 담겨 있죠. 세상 모든 엄마 아빠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요. 힘들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가끔은 원망 섞인 푸념도 해보지만, 내 자식인 이상 요맘 때의 미운 짓은 예뻐 보이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마음이 또 저를 웃게 하면서 동지애를 느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육아하는 엄마 아빠들 모두 건강 잘 챙기고 힘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