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 살림법 - 어른 둘, 아이 둘 ‘보통 집’의 ‘보통 넘는’ 살림 이야기
김용미 지음 / 조선앤북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저는 원래 정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 나름 깔끔한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향 때문인지 집에 이래저래 물건들이 많아요. 제 책에, 아기 전집에, 아기 장난감, 거기다 짝꿍 운동기구들과 도구, 컴퓨터 관련 잡동사니까지. 오죽하면 예전에 친정 부모님과 저희 집 이사시기가 겹쳤을 때, 이삿짐센터 직원분이 34평 부모님 집보다 20평 저희 집 물건이 더 많다고 그러셨을까요. 짝꿍도 물건을 못 버리는 성향이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것 같지는 않거든요. 늘 깔끔한 집을 유지하고는 싶은데 아기 물건들이 점점 늘어나고, 이제 둘째까지 태어나면 한동안은 물건 정리는 포기하고 살아야겠다 마음도 먹었었습니다. 버릴 때 한 번에 버리기를 계획하면서요. 그런데 똑같이 아이 둘에 4인 가족의 살림법에 관한 책을 읽고 있자니 다시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4인 가구 살림법]은 어른 둘, 아이둘 보통 집보통 넘는살림이야기-라는 부제로 시선을 끄는 책이었습니다. 어른과 아이 살림에 정리법, 일상, 세세하게는 냄비와 그릇의 종류, 정리 상자, 아이 범퍼침대에 자동차 정리대, 출산 준비 리스트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 중 제가 눈여겨 본 것은 잼 팟과 역시 자동차 정리대였어요.

 

생김새는 큰 냄비나 들통처럼 생겼지만 주로 잼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한다 해서 잼 팟이라 불린다고 해요. 잼 팟의 용도 중 젖병을 삶는 사진이 있었는데요, 저희 곰돌군 젖병은 항상 커다란 냄비에 삶았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둘째도 나오면 또 젖병을 삶아야 할텐데 어디다 삶아야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젖병도 삶고 행주도 삶을 수 있어 안성맞춤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정리대는 저희 곰돌군을 위해서요. 저희 집도 자동차가 꽤 많은 편인데 항상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가지고 놀기 때문에 곰돌군이 잠들고 나면 그저 거실 한 구석에 정렬해놓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자동차 정리대를 보니 아이에게도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을 것 같고 깔끔해보여서 좋더라고요.

 

실린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이 분은 살림의 고수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비록 사진 뿐이지만 거실도, 방도, 냉장고도 어찌 그리 깔끔하고 산뜻한지요. 하지만 저같은 사람에게는 자괴감을 느끼게 하기에 딱 좋은 책이기도 했어요. 곰돌군이 어린이집을 가도 전 그저 그날그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저녁 반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훅 가버리는데, 지은이의 집 거실은 아이를 키우는 집임에도 저와는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책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나는 도저히 이렇게까지는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질투와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를 지켜보던 짝꿍은 옆에서 제가 아주 잘 하고 있다며 이런 책 보지 말라며 말려주기도.

 

보통이 아닌 살림법의 고수니 요런 책도 나오는 거겠죠. 저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진정한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성향 차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저는 한동안은 못 따라할 것 같아요. 우선 둘째 건강하게 낳고 한 2년 정신없이 잘 키우고, 첫째 곰돌군과 마구 어지럽히며 놀면서 그렇게 살렵니다. 그리고 아기들이 어느 정도 다 크고 제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면 그 때 다시 이 책 저 책 살펴보면서 살림을 정리해봐야겠어요. 아니면 눈 딱 감고 일단 다 버리는 게 제일 빠른 길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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