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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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겨울, 체코와 헝가리를 포함해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힘든 학기를 보낸 터라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고, 오랫동안 동경해온 동유럽 지역을 선택한 거였어요. 그 선택을 할 당시에 클림트라든가, ‘키스는 물론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여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 중에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르 궁전에서 만난 클림트의 <키스> 도 있답니다. 그 외의 다른 그림들을 보면서 가이드의 설명도 열심히 듣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기도 했지만, 사실 그 내용들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그 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느낌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 클림트-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고 주저 없이 그와의 여행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186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18년 뇌출혈로 쓰러져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쭉 빈에서만 살았던 화가입니다. 저자는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요, 당시에는 다양한 사조가 나누어지던 파리, 표현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베를린 같은 도시에 살았다면 <키스><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등과 같은 그의 대표작들은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 거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신의 작품에 황금을 녹여 얇게 바르는 기법을 사용했던 클림트는 흔히 황금의 화가로 불리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부유하지만 시대착오적이고 허세에 빠져 있던 도시 빈의 모순을 클림트의 그림들이 표현하고 있다고 해요.

 

저자는 클림트의 전 생애를 더듬으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가난한 보헤미안 이민자 가정의 장남이자 7남매의 둘째였던 구스타프 클림트는, 형제 두 명과 함께 장식공예학교에 들어갑니다. 열일곱 살이 되면서 동생 에른스트, 친구 프란츠 마치와 예술가 컴퍼니를 결성하고 일감이 몰리면서 차츰 명성을 떨치기 시작해요. 책에서 본 초기 그의 작품은 클림트의 그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시작이 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클림트 스타일이라 불리는 최초의 작품은 <팔라스 아테나>입니다. 과거의 예술과 문화에 기대, 황금으로 장식된 여신의 모습은 분명 인상적입니다. 클림트가 처음으로 금을 얇게 펴 바른 금박 기법을 사용한 작품은 <유디트> 이고요.

 

그리고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키스>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는 없겠죠. 남녀가 입술을 맞대기 직전 서로를 포옹하고 있는 이미지를 10년 이상 반복해 그렸다고 해요. 이 작품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난무한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클림트의 복잡한 연인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평생의 연인이라 일컬어지는 에밀리가 있었음에도, 클림트는 자신의 그림의 모델이었던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다고 합니다. 저자는 <키스>가 한 인간으로서, 완연한 생의 후반기로 들어선 클림트의 심정을 모두 토로한 작품이라고 해석합니다.

 

<키스>외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어 혹시 오스트리아, 특히 빈, 그리고 특히 클림트의 그림을 보러 가기 전에 읽어두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찬찬히 저자의 글줄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빈의 거리를 걸으며 클림트의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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