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서서 책 읽을 때는,

좋은 문장을 만나도 밑줄긋기가 어려워 귀퉁이를 접곤 하는데,

이번에 읽은 책, 샐리 비커스의  『세 길이 만나는 곳』은 완전 뚱땡이가 됐다.

 

밑줄긋고 싶은 문장 정말 많고, 내용도 꽤 흥미진진.ㅜ.ㅡ

(요 밑에, 내가 밑줄 그은ㅡ귀퉁이 접은ㅡ문장들을 옮겨 적을 텐데, 당연하게도, 그것이 밑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문학동네에서 나오고 있는 '세계신화총서' 지금까지 네다섯 권 정도 읽어본 것 같은데,

그중에서 나는 이 책이 제일 좋았음! >.<

 

 

<오이디푸스 신화 속 예언가 테이레시아스와

그 신화의 지층을 파헤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두 현자가 오이디푸스 신화를 놓고 지혜를 겨룬다!>

 

 

'세 길이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이 무척 끌려서, 신간이 나오자마자, 당장 펼쳐보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뒤표지에 실린 이 글 때문에, 왠지, 그냥, 뭔가, 어려우려나 살짝 망설여졌는데,

오오오, 그것은 기우였고, 읽는 내내 흥미진진! >.<

마지막에는,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아몬드꽃을 상상하며, 코끝이 찡해지기도...ㅜ.ㅡ

 

 

샐리 비커스의 또 다른 책들이 번역되어 나온 게 있는지 찾아봤는데,

이 한 권 뿐이네............. 두둥............... OTL

 

 

앨런 베넷의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책을 읽고 마음에 든 작가가 생겼는데, 그 작가가 쓴 책이 그 한 권만 있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 적어도 열 권은 넘게 있는 거예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나는 지금, 그 반대의 슬픔에 부딪혔다.....................ㅡ.ㅡ;;;

 

 

 

 

 

 

 

*

 

ㅡ인생을 살다보면 자신과 동류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요. (48)

 

 *

 

ㅡ진실? 그야말로 다크호스로군.

ㅡ하지만 박사, 세상에는 다크호스를 타는 자들, 그러니까 이성의 진흙 속에 두 발을 푹 담근 자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진실을 보는 자들이 존재한다오. (67)

 

*

 

ㅡ유감스럽게도, 인간은 대부분의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소.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73)

 

*

 

ㅡ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사 당신은 같은 말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알 거요.

ㅡ물론, 해석이 가장 중요하오.

ㅡ그러므로 듣는 사람이 누군지, 그가 어떻게 듣는지, 혹은 듣기로 결정했는지에 따라 향후의 사건 역시 달라지는 것이오. (100~101)

 

*

 

ㅡ내가 한 시간 더 일찍, 아니면 늦게 떠났더라면,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무엇이 변하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결국 벌어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벌어질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까? (110)

 

*

 

ㅡ 너 자신을 알라. 그런 다음 네가 인간임을, 인류의 일원임을 알라. 그리하여 무엇보다 네가 아무것도 모름을, 그리고 네가 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언제나 네가 정말로 아는 것으로부터 네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임을 알라. (118)

 

*

 

ㅡ박사, 기억한다remember는 것은 무엇이오? 몸을 재re조합member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재조합 과정에서 무엇이 들어가고 무엇이 빠지게 되는 것이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어깨 대신 상아로 된 어깨인 거요?

ㅡ모든 것은 몸속에 암호화되어 있소. 기억되지 못한 것은 필연적으로 재현된다오. (141~142)

 

*

 

ㅡ 박사, 당신은 '안다'는 것이 얼마나 실망스러울 수 있는지 분명 경험했을 것이오. 최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아는 것이오. 나는 그런 것들을 알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긴 세월을 보냈다오. (145)

 

*

 

ㅡ진실을 함구하는 것이 무척 어렵긴 하지만, 당신 말대로, 진실을 이야기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법 아니겠소. (162)

 

*

 

ㅡ프로이트 박사,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다시피, 우리의 기억은 그 자체로 재생되고 재창조되고 재구성되지만, 또 그 이후의 우리의 행동과 현재의 상황에 따라 채색이 된다오. (167)

 

*

 

ㅡ친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도 하나의 친절이라오, 박사.

ㅡ요즘 그걸 배워가는 중이오. 병은 지긋지긋한 골칫거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스승이기도 하오. 가지 말고 나와 함께 차를 들겠소? 친절을 베푸는 셈 치고? (174)

 

*

 

ㅡ다른 방법이 있었소?

ㅡ다른 방법은 언제나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현재 모습만 볼 수 있다오. 지상의 힘이든 지하의 힘이든, 아니면 하늘의 힘이어도, 심지어 당신의 힘조차, 한 방향만 지향하는 인간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소. (194)

 

*

 

ㅡ결국, 그는 누구였소?

ㅡ'결국' 우리 모두는 과연 누구요, 프로이트 박사? (207)

 

*

 

ㅡ삶을 견디는 것이 삶의 모든 의무 중에 가장 힘든 것이지요. (208~209)

 

 

 

 

 

 

* 내_방에서_찾은_세_길이_만나는_곳.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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