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 눈 때문이겠지만, 엄마와 나는 손을 잡고 걸었다.

언제부터인가 휘청휘청 넘어질 듯 흔들려야만 다른 사람의 손을 잡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이제는 누군가 다른 사람 손만 잡아도 휘청휘청 넘어질 듯 어지러워지더라.

내 손을 잡고 걸어가던 엄마가 그런 말씀을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살아보니 그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알겠다.

 

_ 김연수 「일기예보의 기법」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손, 잡기.

문득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아직, 휘청휘청 넘어질 듯 어지러워지는 손,을 경험하지 못한 나는,

 

내가 잡았던,

가장 설렜던, 가장 기억에 남는 손을 떠올려보게 된.

 

 

꼬물꼬물 아가 조카가 나의 손가락 하나를 꽉 쥐던 순간의 감동과 놀람과 기쁨,

좋아하는 작가님의, 내가 좋아하는 그 글들을 써내렸을 그 손을 꼬옥 쥐어본 그 순간의 벅참,

지난주 금요일, 얼결에 잡았던 박시환의, 서늘한 손, 그 손의 온도를 잊지 못하고 있는 내 손의 설렘.

 

이런 손들,

지금 내가 떠올리고 있는 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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