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詩集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

 

 

 

 

  코가 깨져본 사람은 이해하리라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돌부리들이 있다는 것을

  넘어진 자리에서 흙먼지를 털고 얼른 일어나

  다시 직립의 자세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누가 봐도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당당하게 걸어가야 하고

  걸어가고 또 걸어가다보면

  해질녘 긴 그림자처럼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을

 

  _ 「돌」 부분

 

 

 

  떡이 된다는 것은

  마음이 바닥에 누워 있게 된다는 것

  바닥에 누워 있게 된다는 것은

  무기력한 덩어리가 된다는 것

  떡이 되어 베개를 베고 누워 있든

  베개를 안 베고 누워 있든 떡이 되면

  끈적거리는 절망감과 물컹한 후회가 찾아온다

 

_ 「떡」 부분

 

 

 

마귀와 오래 싸우다보면 마귀가 된다. 쩨쩨한 마귀와 싸우다보면 쩨쩨한 마귀가 되고 저 잘난 마귀와 싸우다보면 저 잘난 마귀가 된다. 마귀와의 싸움은 지나고 나면 정말 헛되고 부질없고 덧없다. 너절한 세월 뒤에 사악한 인생 뒤에 후회화 죄악의 냄새를 풍기면서 허무가 그윽하게 찾아온다. 물론 죽으면 마귀는 사라진다. 한 사람을 다 망가뜨린 승리감에 기뻐 날뛰면서 마귀는 또다른 제물을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이런 마귀는 사실 조무래기 마귀에 지나지 않는다.

 

_ 「마왕」 부분

 

어느 날 나 없는 나의 고독은

동쪽 은하

외뿔소자리에서 고개를 쳐들 것이다

 

_ 「소행성」 부분

 

똥꿈을 꾸면 로또를 사야 한다

똥꿈에도 불구하고 로또는 휴지가 된다

다시는 로또를 사지 말아야지

지구가 황금색 똥바다로 변하는 꿈을 꿔도

로또를 사지 말아야지

하지만 로또 말고 무슨 희망이 남아 있단 말인가

똥꿈을 꾸지 않아도 로또를 사야 한다

그는 또 로또를 산다

로또는 또 휴지가 된다

 

_  「대박」 부분

 

 

 

 

말술은 아니지만 어제도 술을 마셨고 그저께도 마셨다. 이년 전에도 마셨고 이십 년 전에도 마셨다. 그렇게 마셔댔는데 마신 게 없다. 밑 빠진 술자루에 술붓기, 밑 빠진 술주전자로 술따르기.  

 

_ 「색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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