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스스키노 거리를 뒤져 탐정 아저씨(라고 부르면 팩 토라져 사건을 맡지 않는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제 나름대로는 친근함의 의미로 붙인 호칭이라고요, 탐정 아저씨!)를 찾아 사건 해결을 부탁드려야 할 것 같아요.

삿포로는커녕, 일본 땅은 어디도 밟아본 적 없는 저이지만, 왠지 스스키노 거리에서 탐정 아저씨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네요.

켈러 오하타에 있거나, 이사무에 있거나, 플라밍고 드림에 있거나, 뭐 그것도 아니면 아무 '바'나 뒤져보거나, 그마저도 아니라면 오락실에... 흠흠.

아, 어쨌거나 탐정 아저씨를 찾아내어 의뢰하고 싶은 일은,

 

당신이 잠든 사이, 아니 당신이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저희 집에는 올해 열두 살 되는 작고 까만 개가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 때는 아주아주, 뚱뚱했지요.

밖에 데리고 나가면 개의 형상에 놀란 사람들이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질렀습니다.

"어머! 개야 돼지야?!"

"살 찐 것 좀 봐!!"

(네,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아무리 개라지만 대놓고 인신공격, 아니 견신공격을 하다니!!)

그것도 아니라면,

"임신했어요?"

쳇.

하지만 그런 말들과 작별한 지도 여러 달 되었네요.

지난 여름 척추디스크로 크게 고생을 하면서 혹독하게 살을 빼야 했거든요.

지난 겨울에 3.2킬로까지 쪘던 아이(아, 물론 3.2킬로짜리 다른 사람 아이가 있는 게 아니고, '개'를 말하는 겁니다. 흠흠)가 지금은 2.3킬로쯤 되는군요.

살을 빼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아니, 사실 어떤 행동들이 어려울 건 없었어요. 다만 아침 저녁으로 철저하게 사료의 개수를 세어 적은 양을 일정하게 주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과일도 고기도 과자도 아무 것도, 주지 않았으니까요. 정신적인 고통이었죠. 그리고 다만 짐작해볼 따름인 배고픔.

그리고 그 배고픔 혹은 정신적인 고통이, 녀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비록 먹을 걸 무척 좋아해 가족들이 무언가 먹고 있을라 치면 옆에서 초롱초롱 눈망울을 빛내며(아시죠? 일명 '슈렉 고양이 눈빛'. 딱 그렇답니다) 하나만 달라고 애원하곤 했지만 절대로 먹을 것에 덤벼들지는 않는 의젓한 녀석이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먹을 것 앞에서 나름대로 의연했던 녀석이, 가족들이 집을 비우면 도대체 어떻게 돌변하는 걸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라고 버럭! 하시는 거 아니죠? 그게 바로 탐정 아저씨한테 의뢰하고 싶은 일인데 그럼 누구한테 물어보겠어요?)

처음에는 사료 봉지를 습격했어요. 녀석의 사료는 밀봉 포장이 되어 있는 봉투에 그대로 넣어두고 먹였는데, 글쎄 이 녀석이 그 커다란 사료 봉지를 방으로 끌고 가 그 두꺼운 비닐봉지를 죄 물어 뜯은 다음에 사료를 맘껏 드셨던 겁니다(개한테 존댓말이라니! 하고 역정내지 마세요. 입버릇이 되어 놔서 절로 나오는 걸 어떡해요...). 배가 땅에 끌릴 정도로 불러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 꼴에 기가 막혔어요. 그 다음에는 부엌 음식물 쓰레기를 습격했고, 그 다음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을 습격했고, 그 다음에는... 어쨌든 그런 일이 있고나서 외출할 때마다 '단도리 단디' 하느라 외출 준비 시간이 엄청 늘어났어요.

그런데도 번번이 일은 터지니 딱 미칠 노릇이에요.

가장 알 수 없었던 일은, 도대체! 잠겨 있는 부엌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갔느냐 하는 거예요!

저희 집 부엌문은 갈고리로 잠금을 하게 되어 있는데, 사람인 우리야 손쉽게 열고 잠그고 하지만, 네 발로 선 키가 30센티도 안 되는 개가 사람 눈 높이의 갈고리를 열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제가 개 흉내를 내어(ㅡ.ㅡ) 부엌문 밑에 바짝 엎드려 문을 마구 긁어보고 흔들어도 봤습니다. 역시, 그래도 열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잠겨 있는 부엌문을 열고 음식물 쓰레기를 습격하는 걸까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에요.

"집에다 CCTV를 달아야겠어!!!"

CCTV 달기 전에 일단 부엌문 앞에 늘 무거운 물건을 놓음으로써 더 이상 개가 부엌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없어졌지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것이 바로 불가사의?!

 

'바'에서 사건을 기다리고 있을 탐정 아저씨께 이 사건을 맡길게요.

도대체 개가 그 부엌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가는 건지, 제발 그 미스터리를 해결해주세요.

("아놔, 그냥 CCTV 달아!!"라고 하실 건 아니죠? 저희 개, 예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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