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울고 있었다. 그저 가는 숨소리인 줄 알았던가. 잠결에 새근거리는 소리로만 여겼던가.
하지만 어쩌나. 새벽은 너무 고요하고 내 작은 단칸방에 엄마의 울음소리가 숨을 자리는 없는데.
돌아누운 엄마의 등을 조심스레 어르며 토닥거렸다.
"집에 가기 싫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 엄마는 괜찮지 않구나. 살면서 엄마가 '진짜'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엄마를 위해 울지 않았으니까. 그랬던 엄마가 울고 있었다. 훌쩍 커버린 자식 앞에서
훌쩍 지나가버린 자신의 인생 때문에 울고 있었다.
엄마도 우는구나. 엄마도 힘들었구나. 아팠겠지. 갑자기 모든 게 다 미안해졌다.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엄마를 위해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우선 엄마와 함께 '집을 떠나기로' 했다. 고향에 내려가야지.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지.
"엄마, 집 앞이야, 나와요."
_ 박상준 『엄마, 우리 여행 가자』 에서...
제게도 이와 비슷한 밤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9월의 마지막 날을 앞둔 밤이었고,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는 엄마가 무엇 때문인지 자정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 방에 가만히 앉아 심란해 하며 어떻게든 엄마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다고 생각을 하던 중에, 불현듯 떠오른 한 마디.
"엄마, 우리 여행 가자!"
그래, 그런 책 제목이 있었지!
얼른 책장을 뒤져 이 책을 꺼냈습니다.
우리의 가족 여행은 거의 항상 엄마가 먼저 "가자!" 말을 꺼내고, 엄마의 계획과 주도하에 이루어졌었기에,
한 번도 내가 먼저 여행을 계획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 밤에는, 난생처음, 제가 엄마와의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책의 도움을 받아 그날의 여행지로 정한 곳은 경북 영주 무섬마을.
강으로 둘러싸인 한옥마을이었어요.
강 좋아하고 한옥 좋아하는 엄마의 마음에 딱 들 듯한 곳이어서, 책을 보며 여행지를 상상하는 동안 저는 기분이 좋아졌더랬어요.
엄마 출근 시간에 여행지로 출발하기로 하고(네, 9월의 마지막 날은 평일이었고, 엄마는 생전 처음 일터를 '땡땡이' 쳐야 했답니다...)
저는 밤을 꼬박 새웠어요. 이미 새벽이 가까워오는 시간이었기에 잠들면 깨어나지 못할까봐.
그리고 엄마가 일어나자마자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가 말했죠.
"엄마, 여행 가자!"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난생처음으로,
계획에도 없이, 문득, 불현듯, 갑자기, 난데없이, 홀연히, 등등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허 참, 일을 다 땡땡이치고 놀러가네!" 하시면서도, 조금쯤 설레는 표정으로 기꺼이 제 청에 응해주셨어요.
출발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색다른 여행'에 흠뻑 젖어들었고, 아침 하늘을 보며,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연신 환호성을 내지르고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흥에 겨웠더랬습니다.
길었던 그날 하루의 일을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 여행 내내 엄마와 아빠와 나(와 강아지도 아마)는 무척 행복했고, 언제 우울했냐는 듯 모두 화창해졌답니다.
그날 아침 내가 내뱉었던 그 말은, 살면서 내가 했던 말 중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런 말 하기 참 잘했구나 하고 기억될 그런 말이 되었어요.
그 말을 내게 '빌려준' 그 책에도 고마운 마음이...
그 여행의 사진, 몇 장 올려요.
여행 제목은, "엄마, 우리 여행 가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026/pimg_70984014470711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