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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흰죽 가게 -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 스제천 스님의 유쾌발랄한 영혼 치유서
스제천 지음, 이경민 옮김 / 모벤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한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보려 책장을 펼쳤다.
눈썹이 희끗희끗해진 노스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펼쳐본 책날개 속 작가소개에서 깜짝 놀라고 만다. 예상과 달리 사진은 없었지만, 이런 문장. '1985년 중국 출생.' 1985년이라니... 나보다도 훨씬 어린, '아가 스님'이다.('청년 스님'이라야 맞겠지만, 내 막냇동생 나이와 같다보니 어쩐지 '아가' 같은 이미지다.)
지금껏 읽어온 '영혼 치유서' 혹은 '자기 계발서' 등은 모두 나보다 연장자들이, '인생 선배'로써의 경험을 나눠주는 책들이었는데, 나보다 어린 이에게 듣는 가르침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기대감이 하나 추가되었다.
어렸을 적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담요 폭 덮어쓰고 읽던 어느 책이 생각났다.
탈무드였겠지. 어리석인 범인들의 이야기에 현자의 가르침이 함께 어우러진, 재미난 '이야기 책'이었다. 당시에는 어린마음에도 무언가 깨달음 얻었겠지만 많은 시간이 훌쩍 지난 후 지금의 내 모습을 보니, 그 깨달음 내 안으로 소화시키지 못했던 듯하다. 헛 읽었다고, 자책하고 싶지는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읽었던 소중한 유년의 기억이 남았으니.
이 책을 읽으며, '참된 인간'을 가르치던 그런 책들이 떠올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 '영혼 치유서'다.
맑고 담백한 흰죽처럼, 책속의 이야기들도 그렇다.
왜 책 제목이 '스님의 흰죽가게'인지 알겠다. 참으로 공감가는 제목이다.
화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꾸미지 않고, 소박한 이야기를 젊은 스님의 감각으로 들려준다.
아직 연륜이 묻어나기에는 많이 이른 나이, 스님의 글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또한 자신도 '선배 스님'들의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헷갈려 고개를 갸웃하며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보기도 하는 모습이 책과의 거리를 더욱 좁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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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불경을 읽으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반드시 아셔야 할 것이 있어요.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반창고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복원능력이지요. 자신의 깨달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반창고라도 상처를 덮어서 가릴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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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나눠주시는 흰죽 그릇 받아드는 순간순간, 스님의 이 말씀 잊지 않으려 반복해서 되새겼다. 스님이 아무리 내 상처 아물게 할 반창고를 붙여주더라도, 내 몸 스스로가 상처 낫게 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반창고는 헛일이 되고 만다. 스님의 귀한 반창고가 내 몸에 붙어 한낱 스티커나 테이프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 따듯한 흰죽을 소중히 내 안에 흘려넣어 내 영혼을 살찌우게 하고 싶었다.
어릴 적 추억하게 하는 재미와 교훈이 함께 하는 이야기도 읽고, 젊은 스님이 조용히 전해주는 처방전 받아들고, 가슴 훈훈해진 시간.
추운 날, 그러니까, 마음이 추운 날, 마음이 시린 날, 스님의 따듯한 죽 한 그릇 받아들고, 마음 쉴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