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마들렌, 와산본, 미켈란젤로, 캔디……
이 마을 고양이들의 이름이다. 이 중 마들렌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의 주인공.
동네의 많은 고양이들 중 마들렌 여사가 주인공이 된 데는 그녀의 아주 특별한 장기가 한몫 했으리라.
"얘기 들었어요? 우리 동네에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고양이가 나타났대요."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 어딜 가든 외국어 실력이 우대를 받는 요즘 시대에, 동물들 세계에서도 '외국어 우대'는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마들렌은 '외국어' 구사 능력으로 마을 고양이들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외국어란, 다름 아닌, 음, 뭐라고 부를까나, 그러니까 그게, '개소리'...?!
마들렌은 그녀의 남편 겐자부로(커다란 덩치의 시바견이다! 인간 세상에서 말하는 '국제 결혼' 쯤 되겠다.)와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단, 그녀의 남편과만.
"바깥 분이랑만 통한다는 건 그럼…… 사랑 이야기라는 뜻?"
"어머머! 그런 뜻이려나?"
어머머, 그런 뜻일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둘이서만 통하는 언어. (오로지 둘이서만 통하는 언어를 가진다는 것, 아아, 로맨틱하다!)
그리고 마들렌과 겐자부로가 사는 집에는 귀여운 여자 아이 가노코가 있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 마음처럼 가까워지지 않자 이 부부를 보며 한탄도 하는 귀여운 소녀.
"하여튼, 너희는 서로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쩜 그렇게 사이가 좋니? 우리는 말이 통해도 영 안되는데."
이야기는 소녀 가노코와 고양이 마들렌 여사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나는 개를 좋아하므로 겐자부로에게 따로 한 챕터 내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흠흠)
가노코와 '문경지우(刎頸之友)' 스즈의 맑고 순수한 우정과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마들렌 여사의 활약이 서로 다른 매력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실은 워낙 판타지 요소를 즐기지 않는 나인지라 마들렌의 활약보다는 두 소녀의 우정 이야기가 참 예쁘고 뭉클했다.
책을 읽고난 후 한동안 이 책을 읽은 지인들 사이에서 가노코와 스즈의 '코 나부나부 놀이'와 '다회 놀이'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우리도 코 나부나부를 해보면 어떨까 하외다. 그거 좋은 생각이외다. 나부나부를 하면 더 친해질 것 같지 않소이까. 동감이외다.)
간만에 맑고 순수한 이야기에 마음이 정화되었던 책.
'문경지우'를 꿈꾸게 되었던 책.
우리 강아지와 서로 통하는 언어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 책.(^^;)
"이건 뭐라고 읽어?"
"문경지우刎頸之友."
"무슨 뜻인데?"
"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라는 뜻이란다."
"처음부터 그냥 '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라고 하면 안 돼?"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쓰는 편이 더 멋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더 잘 전달될 때도 있거든."
(……)
말을 알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문경지우'라는 말을 알게 된 지 일주일 뒤, 가노코는 진짜 '문경지우'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