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엄마 마음.

 

신현림 시인이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엮은 시선집이다.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들을 모아, 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물론 아들에게도) 전하는 책.

프롤로그를 읽다가, 그만 목이 메였다. 엄마의 사랑이란 그런 거다.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울컥하게 하는. 절로 눈물을 떨구게 하는...

 

이것만은 알아주렴. 딸아, 네가 상처받고 아파할 때 엄마도 같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은 네가 짊어질 인생이기에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음을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덜 상처받고, 덜 아프기만을 바라지는 않아. 좀 상처 입으면 어때, 좀 아프면 어때, 까짓것 다시 일어나면 되지 뭐, 하면서 훌훌 털고 나아가는 딸이길 바란단다. 그렇게 괴로움을 용감하게 뛰어넘는, 그래서 온몸으로 인생을 껴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단다. _ '프롤로그'에서

 

'그렇게 괴로움을 용감하게 뛰어넘는, 그래서 온몸으로 인생을 껴안는 사람이 되'는 데 든든한 동반자가 될 시들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시집을 읽는 나의 마음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포근해졌다.

마치 나의 엄마가 딸인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차곡차곡 적어두었던 공책을 선물 받은 것처럼, 이 안에서 느껴지는 엄마의 사랑에 가슴 뭉클했다.

얼마나 좋은 시들만 담았을까. 자식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 엄마의 심정으로 시들을 골랐을 게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시들 뒤에 숨어 있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시들이 온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따스하고 풍요롭고 감사한 이 시집은 엄마의 정성으로 차려진 무공해 밥상 같은 기분.

한 입만 떠 먹어도 몸이 튼튼해질 것 같은 그런 기분, 아니, 한 줄만 읽어도 마음이 튼튼해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절로 드는 책.

엄마의 마음이니, 때로는 '잔소리'처럼 느껴지는 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잔소리도 이렇게 시로 들려준다면 귀 기울여 듣게 될 것 같다.

 

"넌 뭐 해보지도 않고 못 하겠다고 해! 어서 해 봐!"라고 야단치는 대신 이런 글을 읽어준다면...

 

길은 가까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헛되이

먼 곳을 찾는다.

 

일이란 해 보면 쉬운 것이다.

그러나, 시작도 안 하고

먼저 어렵게만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_ 맹자

 

이런 '잔소리'라면 자꾸자꾸 듣고 싶을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교훈적인 시만 담긴 것은 아니다. 소녀의 감성을 더욱 충만하게 해줄 시, 인생의 아픔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시, 가슴 가득 사랑을 느끼게 하는 시...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인생의 희로애락 모든 순간들에 딸에게 건네고 싶은 시편들.

 

여행길에 이 시집을 읽었다. 함께 여행하는 이에게 여기 실린 시 몇 편을 읽어주었다. 그만큼 나누고 싶은 시들이었다.

이렇게 가슴 벅찬 엄마의 사랑을 나 혼자 받기가 아쉬웠기에.

허기진 마음으로 떠나던 여행길이 이 시집으로 인해 출발부터 풍요로웠다.

나는 앞으로도, 외롭고 힘들 테면 시를 읽을 테다. 이 책에 실린 시들도 좋겠다.

 

내가 읽고 (혹시 있게 된다면) 나의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시집이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_ 도종환 '쓸쓸한 세상'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라뿌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_ 고은 '낯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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