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분주함에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힌 한국인,

당신은 지금 ㅁㅁㅁㅁ로 가야 한다.

 

 



 

_ 한국 사람들은 느리고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조급증에 걸려 삶을, 시간을, 풍경을, 음식을, 포도주를, 사람을, 햇빛을, 바람을, 정적을 음미하지 못하게 되었다.

ㅁㅁㅁㅁ는 그런 조급증을 치료하는 요양의 장소가 될 수 있다.

 

_ ㅁㅁㅁㅁ는 소유한 것이 많지 않아도 이 땅 위에 사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고장이다.

 

_ ㅁㅁㅁㅁ 사람들은 한가롭고 여유 있게 즐기며 사는 방법을 안다.

 

_ㅁㅁㅁㅁ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힌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_ ㅁㅁㅁㅁ는 도시의 문명생활에 지친 몸과 영혼에 휴식을 제공하는 은혜 받은 장소이다.

 

 


이곳에 관한 묘사만 몇 줄 읽어봐도, 마음이 당장 둥둥 이곳으로 날아갑니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남불의 기후'가 유혹하는 곳.

이곳은 프로방스입니다.

 

발소리를 낮추고 프로방스의 작고 한적한 마을들을 산책하고 싶어 마음 몸살을 며칠 앓았더랬어요.

어느 곳을 소개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두 그곳에 매료당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은 그랬어요.

책을 몇 장 읽어나가지도 않아, 온 몸과 마음이 아주 프로방스의 라방드(라벤드) 향기에 흠뻑 젖어버린 기분이었어요.

  


어쩌면 나를 매혹한 것은, 프로방스가 아니라, 프로방스의 작열하는 태양이나 라방드 향기가 아니라,

프로방스를 향한 누군가의 태양보다 뜨겁고, 라방드 향기보다 진한 그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은 마치 프로방스를 향한, 프로방스에게 바치는 지은이의 연서(戀書)처럼도 느껴졌답니다.

 

그런 사랑은,

금세 주변까지 물들여버리곤 하죠.

 

그리고, 그런 행복한 바이러스에, 제가 감염이 되었네요.

 

 

이 지구상에 누군가의 마음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장소가 어디 프로방스 하나뿐이겠어요.

이미 마음속에 그런 장소 간직한 사람도 있을 테고, 앞으로 그런 장소를 간직하게 될 사람도 있을 테고요.

각자 간직하고 있는 그런 장소를 떠올려보며 행복한 시간이어도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제 마음속의 그 장소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나 역시도 뜨거운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어느 도시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프로방스가 또다른 내 마음속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사는 동안 두고두고 꺼내어 보고 떠올려 보며 절로 마음을 쉬일 수 있는 장소가, 프로방스가 된다면 좋겠어요.

(아, 가봐야 할지어다!)

 

 



 

_ 프로방스에 와서 몸으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햇빛이다. 햇빛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하늘빛이 다르고 나무들과 돌들의 색채가 다르게 보이고 내 몸과 마음이 다른 상태가 된다.(93)

 

_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가치 있는 삶이란 누구를 모방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러한 인생관의 원형이 바로 예술가의 삶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나만의 작품, 복제가 불가능한 나만의 유일한 작품으로서의 나의 삶을 창조하겠다는 꿈이야말로 예술가의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115)

 

_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죽음과 대면해야 한다. 보통 사람의 삶은 죽음을 통해 끝나지만 위대한 인간의 삶은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175)

 

_ 아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자연스럽게 아를을 많이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를이 나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말을 걸기 때문에 아를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만큼 아를을 깊이 있게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268)

 

_ 특정한 장소의 기억은 많은 경우 풍경으로 남아 있지만 더 깊숙한 곳에는 향기로 저장되어 있다. 프로방스가 그렇다. 프로방스는 자기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298)

  

제 마음과 꼭 같은 신경숙 작가님의 추천사도 함께 옮기며.
 

_ 여기 한 사회학자의 독특한 글쓰기가 있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이라는 제목이 달린, 그가 보낸 프로방스에서의 25일이 마치 25년처럼 예술과 인문학적 단상들로 풍요롭게 채워진 글.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이 글을 먼저 읽는 충만함을 어찌 말로 전할까. 이 글을 읽고 누가 루르마랭과 아를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도 이 책을 들고 당장 프로방스로 가서 그와 똑같은 코스로 산책을 나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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