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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는 힘들어 - 레벨 2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최정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5월
평점 :
어린이집에서 조카를 데려오는 길, 조카가 방향 지시등처럼 "이쪽" "저쪽" 가리키는 쪽으로 돌아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멀다.
(집에서 5분 거리인 어린이집을 조카와 함께 오면 1시간 반은 너끈!)
그러던 중, 이날은 어찌어찌 동사무소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가 민원에는 볼일이 없으니 2층에 마련되어 있는 문화센터 겸 책방으로 올라갔는데, 책 본 김에 동화를 몇 권 빌려 왔다. 한 시간 반 돌아돌아 집에 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이날 빌린 동화들을 읽으며 동화책에 마음을 쏘옥 빼앗겨, 이모 '뺑뺑이' 돌린, 그리하여 이렇게 동화책도 만나게 해 준 조카에게 내심 고마운 마음.
주인공 설이는 이야기꾼이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좋아하셔서 손녀 이름을 '최이야기'라고 지으려다가 한 발 양보해서 지으신 이름이 '최설(說)'. 이름값 톡톡히 해내는 이 귀여운 꼬마 친구가 반 친구들 앞에서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할머니를 재치있게 묘사해 들려주니 친구들이 무척 좋아한다. 계속 해보라며 부추기는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설이는 기어이 없는 이야기까지 지어내어 할머니가 왕년에 가수였다고 내뱉고는 '아뿔싸!'하고 입을 막아보지만, 이미 일은 커져버렸다. '카수'가 꿈인 친구 가영이는 수시로 카수 할머니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고, 선생님은 학예회 때 할머니를 초대 가수로 모시겠다고 한다. 흥에 겨워 툭 튀어나가버린 거짓말에 커다란 마음의 짐을 지게 된 설이. 표지 그림 속 설이는 '거짓말쟁이'라는 단어로 가득 찬 커다란 보따리를 힘겹게 어깨에 메고 있다. 그 어린 나이에 거짓말은 눈밭에 구르는 눈덩이처럼 한없이 커져만 가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는 거다. '카수 할머니'라는 거짓말을 지켜내기 위한 설이의 고군분투. 그리고 설이의 거짓말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재미난 이야기들.
'거짓말쟁이' 설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흥미진진하게 읽느라, 잠깐 조카는 혼자 놀게 내버려 두었더랬다(조카님 미안!). 정신없이 책에 빠져 그렇게 읽다보니, 나 어린 날, 따뜻한 담요 덮고 누워 이야기 속 재미에 한없이 빠져들던 그때 생각도 아련하게 떠오르고, 그때 읽었던 동화책들도 무척 그리워지고.
작년에도 한 동화책을 만나 무척 행복해했고, '동화'는 '아이들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었는데, 앞으로 동화책도 많이 읽어야지 다짐 했었는데, 그 마음도 떠오르고 말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읽고 읽다보면, 내 마음도 깨끗하게 정화될 것 같다.
그나저나, 설이 이름 참 예쁜 걸. '최설', '최이야기'. 이야기를 사랑하는 할머니, 그 사랑을 손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
할머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