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4
로알드 달 지음, 김연수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니, 이렇게 고약한 이야기 책을 봤나.
밤에 머리가 무거워 가볍게 아이들 책을 읽으며 머리 좀 식히려던 것인데, 읽고 나서 헛웃음만. 헛헛헛.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말썽꾸러기 조지가 할머니를 골탕먹이기 위해 마법의 약을 만드는 이야기다.
아무리 여덟 살짜리 어린 아이라지만, (아무리 이야기 책이라지만), 요 쪼꼬만 녀석 좀 보게나.
할머니 드시라고 만들 약에 온갖 '잡것'을 다 집어 넣는다.
자세한 목록 생략하고, 우리네 욕실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엄마 화장대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외양간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차고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다 쏟아부어 넣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대충 어떤 '잡것'들을 넣었는지 짐작이 가겠지.
아니 그래 녀석아, 할머니 드시라고 만들 약에 그런 걸 넣니?
그렇게 만든 '마법의 약'이 마법을 정말 발휘하네.
그래서 할머니가 지붕도 뚫고 올라갈 정도로 키가 쑥쑥 자랐네.
아니, 그런데 이번에는 조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머니의 사위 좀 보게나.
지붕 뚫고 올라간 장모님은 거기 그렇게 좀 계시란다. 평소에 장모님이 꽤나 성가셨다는 티를 팍팍 내며 아들 구슬러 마법의 약 더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거 만들어서 동물들에게 먹여 슈퍼 동물을 사육할 생각인 거다.
2탄, 3탄, 4탄 만들어낸 마법의 약은 만들 때마다 효과가 다르다.
마지막에 만든 약은 작아지고 작아지고 한없이 작아지는 약인데, 그걸 먹고 장모님이 먼지만큼 작아져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는데, 요 괘씸한 사위, 꽤나 통쾌하다는 티를 팍팍 낸다. 그것도 장모님의 딸, 그러니까 자기의 부인 앞에서. 그것도 "만세!!"를 부르면서.
동화도 이쯤 되니 재.수.없.다!!
요즘 안 그래도 핵가족화로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질 기회도 많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 냄새난다며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그런 아이들이 요런 동화책 읽고 제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마법의 약' 만드는 생각을 하며 통쾌해 하려나?
그러다가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 드실 음식에 요런 몹쓸 장난이라도 치는 건 아니겠지?
아이들도, 이건 그냥 '이야기 책'일 뿐이라는 걸 알 테니까 말이다.
그래, 그냥 이야기 책일 뿐인데, 왜 이렇게 괘씸하고 재수없다니.
내 조카에게는 안 읽어주련다. 이런 동화책 아니어도, 세상엔 읽을 게 넘치고 넘친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