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야지요.

차곡차곡 쌓은 환상을 넘겨보려면…

가야지요.

때론 그것들이 조용히 허물어지는 것도 봐야죠.

 

여행 에세이의 고전, 여행 에세이의 명품 『끌림』을 작년에 뒤늦게 읽게 되었다. (뒤늦게 읽고 보니, 바로 이어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끄응...)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이 책을 일곱 번 읽었다 했고, 또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이 책을 가지고 간다 했고, 또 어떤 이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나를 정말 의외라는 듯이 쳐다봤다. "끌림을 아직 안 읽었다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여행의 로망을, 여행 에세이의 로망을 심어준 이 책이 궁금하기도 했고, '안 읽은 죄' 같은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게 야속해서, 기필코 읽고야 말겠어! 다짐하고 읽었던 책.

 

감각적이고 정감 가는 사진들과 그 곁에 함께하는 조금 짧거나 긴 작가의 단상들.

격하지 않고, 요동치지 않으며, 잔잔하게 잔잔하게... 어쩜 처음부터 끝까지 이와 같은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수시로 '미친년 널 뛰듯' 변하는 내 마음에게 '이것 좀 봐봐, 이렇게 평온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런 고요함을 좀 배워봐'라고 조용한 질책을 보내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이 속담은 티베트의 칼날 같은 8월의 쨍한 햇빛을 닮아 있다.

살을 파고들 것만 같은 말이다.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쌓은 환상을 넘겨보고, 때론 그것들이 조용히 허물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 가야 하고,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걷는다는 작가의 말에, 나도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본다.

환상이 깨질까 두려워 마주하길 피했던 것들, 늘 내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걸음들이 떠올라, 조금쯤 가슴 시려하면서...

 

요즘의 나는 책을 읽으며 반성투성이다. 반성이야 많이 한다고 나쁠 것 있겠느냐만은, 늘 반성만, 반성만...

내일은 부디 환상을 넘겨보고 걸음을 걸어보길!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우리 생에서는,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일 같은 걸 없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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