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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워낙 많이 들어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이번에 구입할 책들을 고르다가 그제야 작가 이름을 보게 되었다.
에프라임 키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의 저자 에프라임 키숀의 책이라니! 아니, 왜 이 책을 여태 미뤄두고 있었지?
어쩐지, 재밌다고 재밌다고, 주변에서들 그렇게 말하더라니!!
주문한 책이 오기를 기다려 당장 펼쳐 읽었다. 아아, 역시나 유쾌상쾌통쾌한 에프라임 키숀 식 유머의 향연!!
이 책은 에프라임 키숀의 '짧은 소설'이라고 되어 있지만, 아마 거의 에세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다만 실제보다 뻥이 많이 가미되어 '허풍'에 가까운 이야기들도 있기 때문에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작가는 독일, 헝가리, 구소련 등지의 강제수용소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삶의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내가 읽어 본 몇 권의 책들에서는 정말이지 그런 삶의 암흑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저 유쾌하기만 하다. 작가 내면에 절대 꺼지지 않고 빛나는 삶에 대한 희망과 밝음과 유머가 있었기에 그처럼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책, 시작부터 그야말로 사람을 '빵빵 터지게' 만들어준다.
표제작인 '개를 위한 스테이크'가 맞아주기 때문이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어쩌면 이에 공감할 사람들 꽤 많을지도. 그러니까, 한번쯤 이런 우스갯소리 들어보셨을 듯. 시장에서 생선을 사던 엄마가 생선 손질을 하는 주인에게 "생선 머리도 넣어주세요. 우리 개 주게요."라고 하니 옆에서 딸이 눈치도 없이(!) 말한다. "엄마, 우리집에 개가 어딨어요?" 그렇다. 그 생선 머리는, '어두육미'의 맛을 아는 엄마 혹은 아빠의 몫인 거다. 순식간에 '개'가 되어버린 엄마 혹은 아빠. 그것은 '개를 위한 생선대가리'. 우리집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과하게 시켰다. 불판 위에 올려지지도 못한 고기가 몇 점 남았는데, 두고 가자니 아쉽고 그걸 또 싸달라기도 뭣하고. 그래 조금 생각 끝에 "이거 아까우니까 개나 주게 좀 싸주세요." 했다. 그리고 물론, 우리집 개님은 그 고기 맛도 못 봤다. 다음날 개로 빙의한 내가 맛있게 구워먹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도 그런 이야기다. 레스토랑에서 남은 스테이크를 '개'를 위해 싸가기 위해 가족들 모두 열심히 머리 굴리는 이야기. 성공적으로 싸갔으면, 에프라임 키숀이 아니겠지. 그 좌충우돌 우여곡절 갈팡질팡 짧은 이야기가, 정말 신나고 신난다.
빨간 양탄자에만 오줌을 싸는 개, 빨래를 돌리면 신나게 춤을 추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세탁기,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잃어버리고 되찾고 정신없는 우산 쇼, 아기 고양이를 위한 아주 비싼 젖병, 가로 줄무늬가 있는 추잉검 구입 대작전 등등 작가의 일상에서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일들이 뻥튀기 기계에서 한 번 '뻥ㅡ!' 하고 튀겨져나온 것처럼 부풀려지고 유머의 옷을 입어, 아주아주 신나는 시간을 내게 선사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니 몇 해 전에 읽고 반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도 다시 읽고 싶어지고,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무척 궁금해진다.
에프라임 키숀,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속에서 킥킥킥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고 싶어지면, 에프라임 키숀을 만나야지. 생각만으로도, 그냥,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