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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 외롭고 서툰 이들을 위한 치유성장 에세이
신현림 지음 / 예담 / 2010년 8월
평점 :
2박 3일의 여행에서 돌아온 길이었다.
김포공항 서점 소설 코너를 한참 둘러보다가 그냥 돌아나오는데 눈에 띈 이 책.
(소설 코너에도 읽고 싶은 책은 무지 많았으나 여행으로 피곤했으므로 글자가 빼곡히 박힌 소설은 읽기 힘들 것 같았다.)
벚꽃 사진 표지가 잔잔하고 예뻤고, 제목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으며, 살짝 들춰본 페이지마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문구들이 미소 짓고 있었다.
봄날 벚꽃길 걷는 듯 분홍빛 수줍어지는 마음으로 이 책을 사들고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열심히 읽었다.
'외롭고 서툰 이들을 위한 치유 성장 에세이'
사랑에 서툴고 삶에 서툴고 관계에 서툰 이들. 모든 게 서툴어서 자꾸 넘어지고 무릎이 까이는 이들에게 신현림 시인이 들려주는 고운 언어들.
신현림 시인의 글은 간간이 만나본 기억이 있으나,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이 책 속에 실린 많은 문장들이 시인이 쓴 시에서 나온 것임은 나중에 알았다. 내가 밑줄 그은 그 수많은 문장들.
당장 시인의 시집을 몇 권 주문했다.(요즘 같은 총알 배송 시대에, 이게 웬 선사시대 배송인지, 일주일 전쯤 주문한 시집은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시인의 시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런 글들이었다.
위로도 받았다. 위안도 느꼈다. 마음이, 포근해졌다.
마음이 마음에게 전하는,
영혼이 영혼에게 전하는,
따뜻한 배려의 말로 힘겨운 나날을 견디는 인생.
함께 있는 장소를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만들고,
함께 있어 가장 평온한 들판이 되어주어라.
이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같은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다.
다시 못 만날 때를 생각하며 사랑해라.
영영 다시 못 만날 때가 오니 깊이 사랑해라.
누구든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사랑을 누려라.
일만 하지 말고, 열애의 심장을 가져라.
누구나 마음 속엔 심리치료사가 있단다.
심리 치료사가 바로 사랑이다.
많은 것을 낫게 하고 견디게 한다...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고 풍경을 사랑하고 계절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무엇을 향한 것이든, 사랑이 나를 낫게 하고 견디게 함을, 내 마음 속에는 외부의 그 누구도 해주지 못할 강력한 치유제가 들어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내 안의 강력한 힘을...
신현림 시인의 사진과 함께 만난 글들이 여행길 피로를 싸악 날려주었음은 물론,
차가워지는 날씨따라 점점 서늘해져가던 마음에도 군불을 지펴주었다.
시인의 시집이 얼른 도착하면 좋겠다.
이 책에서 조금씩 맛본 시들, 온 가슴을 열고 맞아들일 테다.
읽어라, 헤어질 시간이 없다...
우리는 서로 노력하고, 의지함으로써 더욱 가까워진다.
서로에게 기댐으로써 세월이 흘러도 쉽게 깨지지 않는 튼튼한 애정을 키울 수 있다.
사람은 기꺼이 주는 마음이다.
두려움 없이 상대의 약점까지 모두 품는 것이다.
인생은 길지 않다.
다투거나 쉽게 헤어지기에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누군가의 꽃이 될 시간이.